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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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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온갖 과학수사란 것도 법의학의 뒷받침없이는 불가능하다. 사건현장에 남은 지문이나 머리칼 하나로 범행과정과 함께 범인마저 추적해 귀신처럼 가려내는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런 법의학의 목적은 생명존중과 인권옹호. 그래서 인간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민주·문화국가일 수록 더욱 발달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엄청난 지진재난을 당한 일본 고베(신호)에서 붕괴된 한신(판신)고속도로 교각의 불량시공여부를 놓고 엄밀한 조사가 진행돼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어제 일본언론은 일본건설성 토목연구소등 권위있는 조사기관의 감정결과 문제의 부러진 교각 철근의 용접이 국가의 시공기준과 맞지 않아 강도확보가 불충분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피해가 제일 크게 마련인 직하형 지진의 자연재난인데도 교각속 철근들의 용접접점까지 하나 하나 따졌다는게 마치 법의학자의 메스처럼 날카롭기 그지없다. 그래서 드러난게 인접 철근의 용접은 강도확보를 위해 상하로 서로 어긋나게 하도록 되어있는데 붕괴된 교각의 절반가량이 거의 같은 위치에서 용접이 잘못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다른 일본신문은 붕괴된 호텔등 지진피해 현장에서 약2백건의 부실공사가 집계됐음을 보도했다. 때마침 서울시가 성수대교 복구추진계획을 확정, 11월말 재개통키로 하면서 동아건설의 재시공·헌납제의는 수용않기로 했다고 한다. 복구 및 재시공감리도 1백억여원의 추가비용부담을 무릅쓰고 권위있는 외국회사에 맡긴다고 한다. ◆천재지변을 아랑곳않고 스스로의 작은 잘못도 기어코 찾아내려는 이웃나라 기술직과 행정관서의 대쪽 자세를 우리도 눈여겨 보면서 이번에는 틀림없는 모범작품을 만들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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