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선거 운동을 지켜보면서 정치와 정치인의 여러가지 모습을 본다.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우파는 한 정당내에서 공식적으로 두명의 후보가 나와 경쟁하고 있고 좌파(사회당)는 유력한 후보들의 출마포기 및 후보사퇴가 속출, 아직 당의 대권 주자조차 지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파 최대정당인 공화국연합(RPR)은 20여년간 당을 이끌어 온 자크 시라크 파리시장과 발라뒤르총리가 한 깃발아래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 도의적으로 말한다면 우파의 후보는 시라크가 돼야 한다. 그는 93년 총선에서 승리한뒤 대권을 위해 총리직을 발라뒤르에게 넘겼고 발라뒤르는 총리직을 엘리제궁을 향한 발판을 삼지 않겠다는 「비밀각서」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발라뒤르는 국민의 높은 인기를 업고 출마를 선언, 자신을 키워준 시라크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권도전 3수생인 시라크는 발라뒤르의 출마에 내심 불쾌하지만 공식 비난은 삼가고 있다. 그렇다고 당이 깨진 것은 아니다. 당출신 각료와 의원들도 자유롭게 특정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회당은 사실 인물이 없어서 후보를 지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발라뒤르의 인기를 능가하는 자크 들로르라는 구세주가 있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출신의 들로르는 그러나 오랜 공직생활에 따른 피로와 고령(70)이라는 개인적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다른 유력후보 자크 랑 전문화장관도 최근 당내 후보 난립에 따른 좌파의 분열방지와 단일후보 옹립을 위해 출마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대권문턱에서 사퇴할 수 있는 정치인과 아웅다웅하지 않고 불편하나마 한 깃발아래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정치인들의 모습, 그리고 이를 용인하는 정치풍토등이야말로 정치의 다양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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