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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러시아」끝없는 고민/러 이타르타스통신 사장(이그나텐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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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러시아」끝없는 고민/러 이타르타스통신 사장(이그나텐코 칼럼)

입력
1995.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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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첸 자치공화국 사태는 러시아가 연방국가에서 해체될 운명의 전조인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중앙정부와 지역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치공화국과 주, 지방등 모두 89개 연방주체들로 구성된 러시아는 중앙정부와 각 지역간에 복잡한 상관관계속에서 국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 주요 정치지도자들이나 권력기관과 제도들은 지역보다는 중앙에 우선권을 두었고 지역의 이해는 거의 외면했다. 현헌법아래서는 각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앙의 국가기관으로는 상원의 연방회의가 유일하고 더욱이 연방회의에는 지역에 대한 중앙의 권력을 제어하는 어떠한 법률도 통과시킬수 있는 법적 자격이 부여돼 있지 않다.

 때문에 각 지역은 중앙의 일방적인 지시나 통제만을 받을뿐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채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각 지역지도자들은 물론 주민들도 이럴바에야 차라리 연방에서 탈퇴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특히 최근들어 러시아전역의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각지역에서는 연방에 대한 정치 경제적 의무보다는 권한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크렘린은 구소련이 붕괴된 것과 마찬가지로 각 지역내 이같은 분리주의 성향으로 연방체제가 무너질 수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 체첸공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무력으로 대응했다. 크렘린은 또 비교적 중앙의 지시에 순종하는 지역에는 직접 주지사를 발탁, 내려보내 직할통치를 실시하고 타타르등 독립움직임이 완강한 일부 자치공화국들과는 권력핵심부와 타협하기도 했다.

 그러면 체첸사태가 어느정도 수습된 지금 「러시아 연방」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다음의 세가지 가능성을 상정해볼 수있다.

 첫째, 자치공화국과 지역의 현 경계선을 따라 러시아연방이 분리되거나 둘째, 차르시대나 공산당 통치때 처럼 모든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고 이에따라 「강력한 연방」의 통치력이 발휘되거나 셋째, 모스크바와 각 지역간의 이해관계의 균형이 이루어져 「진정한 의미의 연방」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 정권은 첫번째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체첸에 대한 무력개입을 고집한 것도 체첸사태가 갖는 파괴력 때문이다. 체첸이 끝내 연방을 탈퇴할 경우 러시아는 첫번째 방향, 이른바 연방체제 붕괴로 급격히 빠져들게 된다. 옐친은 「무력 개입」이라는 초강수를 사용, 연방의 진로를 두번째 방향으로 끌어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할수 있다.

 옐친은 체첸사태를 전후해 러시아는 절대로 분리될 수 없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웠다. 이같은 명분은 그의 정적이라 할지라도 쉽사리 거부하거나 반대하기힘든 정치적 슬로건이다. 옐친은 또 현행 헌법하에서 자신에 부여된 권한의 일부를 두다예프체첸대통령이나 일부 지역의 지도자들에게 넘겨줄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옐친의 시대가 끝나면 현행 헌법을 개정, 각 지역에 보다 많은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하는 정치가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손에 의해 직접 선출된 지역 지도자들은 현행 헌법에 의해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이 제한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지역의 현실을 모스크바의 관료들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며 중앙의 지시만으로는 러시아의 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같은 감정들은 최근들어 러시아전역에 확산되고 있으며 체첸사태를 계기로 공론화되고 있다.

 올 연초 볼가, 우랄, 카레리아공화국등 일부 공화국 지도자들은 추바시아공화국 수도 체보크사리에 모여 체첸에 대한 무력사용을 비판하고 모스크바에 중앙과 지역간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각 지역의 독립움직임으로 러시아가 혼란과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릴 근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강력한 연방」유지와 「진정한 연방」출현이라는 두가지 명제가 상당기간 서로 갈등과 대립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갈등과 대립을 거친후에야 러시아가 어떤 형태의 국가로 모습을 바꿀 것인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정리=이장훈모스크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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