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진 허세 많았다” 실질적개선 강조/이산가족에 재결합대신 생사확인 약속/“경제부문에서 숨통” 경협활성화 적극적 김덕 통일부총리는 통일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취임인터뷰에서 『통일을 신화에서 현실로 끌어내리겠다』고 말한 뒤 줄곧 남북관계의 「실질적」개선이라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안기부장 출신으로 처음 통일부총리가 되었기 때문인지 김부총리에게는 『대북정책이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관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언행을 삼갔다. 그렇다고 선입관을 깨기 위한 유화적인 제스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현정부의 통일부총리들은 취임초에 귀가 솔깃한 통일청사진을 제시해왔다. 이같은 청사진이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켜 통일관련 현안중 하나가 돼오곤 했던게 우리 현실이다.
취임 1개월이 넘은 김부총리는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북한에 대해 광복50주년 공동경축행사를 위한 차관급회담을 신속히 제의 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는게 주변의 전언이다.
김부총리가 제시하고 있는 것은 통일후의 청사진이 아니라 통일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을 말하는 이른바 「작은 보폭론」이다.
27일 이산가족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통일전문가라고 불렸던 전임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분명한 선을 긋기도 했다. 김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보면 너무 허세가 많았다』면서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떠들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 자리에서 이산가족들에게 약속한 것은 「재결합」이 아니고 「생사확인」이라는 가장 초보적인 조치였다.
이에 앞서 그는 『나는 통일방안에 관한 논의를 싫어한다』고도 했고 『보수―진보의 스펙트럼에 나를 끼우지 말라』고 강한 단어를 써가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부총리가 원하는 논쟁은 「보수―진보」, 「햇빛론―강풍론」의 논쟁이 아니라 「적극―소극」의 구분. 그는 『동서독은 가혹한 냉전체제 아래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교류를 실현해 냈다』면서 『남북문제를 여건탓만으로 돌리지 않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작은 보폭이나마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남북한이 가장 빨리 숨통을 틀 수 있는 분야는 경제부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듯이 김덕팀의 남북관게 개선을 위한 가장 뚜렷한 발걸음은 경협활성화조치가 될것 같다.
그러나 「말보다 행동」이라는 태도를 취하기 위해서는 정부내 영향력, 즉 「힘」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그가 취임한뒤 과거 통일원장관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국방부·안기부등의 보고가 전달되고 있어 힘이 그에게 쏠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조짐은 있다. 선거정국을 앞둔 국내적 상황은 달갑지 않는 통일논쟁을 불가피하게 할 수도 있다. 신화와 꿈에서 끌어내린 김덕 부총리의 현실적인 통일론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할지 관심이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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