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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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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시계」가 요즘 시중화제의 압권인 것 같다. 직장인의 퇴근시간이 달라질 만큼 시청률이 수직 상승했는 가 하면, 지역에 따라 비디오가 불티가 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인기도를 반영하듯 각 신문엔 최종회의 형장 장면 촬영이 대대적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흔치 않은 현상이다. ◆「모래시계」가 이처럼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극의 짜임새가 뛰어나고 영상미의 처리가 돋보인다. 군더더기가 없는 절제된 대사는 짜릿한 아픔과 긴장, 그리고 가라앉은 울분을 잔잔한 파도처럼 전해 준다. 사랑이야기가 수다스럽지 않다. 영상의 표현미가 어떻다는 것을 과장없이 보여주고 들려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강렬한 인상은 역시 시대배경과 시대상황때문이 아니겠는가. 역사의 현장을 역사의 무대로 끌어냈다는 발상과 사실이 큰 의미가 있다. 엊그제처럼 살아온 80년대였다. 그토록 험하고 그처럼 괴로운 세월이었음을 새삼 확인케 한다. 30대남성의 시청률이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의 원인을 알만하다. ◆드라마와 현실은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드라마는 현실에 가까울 수는 있어도 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이 아닌 드라마가 때론 준엄한 역사의 심판자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드라마에서의 패배자가 곧 역사의 승자이기도 하다. 「모래시계」는 TV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 이지러진 사랑타령의 화면을 해방시켰다는 평가도 인색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반추할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통증과 긴장과 분노는 오히려 절제되어야 아름답다. 그래서 「모래시계」의 과거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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