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신문 사회면에 「토착비리 8백45억원 부당이득」 이란 기사를 다루며 여러가지 상념이 겹쳐 가슴이 답답하였다. 인천의 몇몇 건설업체들이 대단위 아파트 건설사업을 하면서 5층아파트로 허가받은 땅에 고층아파트를 짓고, 남는 땅에 대형백화점 복합상가 스포츠레저시설등을 지어 몇백억원씩 추가이득을 남겼다는 것이 감사원이 밝힌 비리내용이다.
토지개발공사가 개발한 땅을 헐값에 사들여 수천가구분의 아파트를 지어 파는 것도 지역사회에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는 유력인사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특혜일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허가조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파트를 고층화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관청의 문턱이 하늘처럼 높아 보이는 영세업자와 서민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해서 남은 땅에 백화점같은 허가에도 없던 시설을 지어 몇백억원의 이득을 또 남겼다 한다. 주거전용지역인 아파트단지 안에 어떻게 그런 영리시설이 들어설 수 있으며, 당국은 왜 눈을 감아준 것일까. 고층화로 남은 땅은 입주자들의 공유지분으로 등기됐어야 할 주민 공동재산은 아니었을까. 지역사회의 이권을 한손에 거머쥐고 관청 일을 제멋대로 요리하는 토호들의 발호가 인천에만 있을까.
우리 동네에는 2∼3년전 산보다 훨씬 높은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동네경관이 망가졌다. 숲속에 오솔길을 만들고 꼭대기에는 갖가지 운동시설을 갖추어 주민들이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는 야트막한 야산 중턱에 15층짜리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니 산꼭대기에서의 전망이 차단된 것은 물론, 사방팔방 어디서 바라보아도 괴물같기만 하다. 야산을 근린공원으로 가꾼 곳도 구청일 것이고, 그 괴물같은 고층아파트를 허가해준 곳도 구청일 터인데, 그 까다롭다는 미관심사절차는 어떻게 된 것인지 따져 묻고 싶다.
십수년전 서울시를 출입할 때 목격한 일이다. 별관에 사무실이 있던 교통국 각과의 응접실은 언제나 버스회사 노선상무등 운수업체 임원들에게 「점령」되다시피 했다. 아침부터 몰려든 그들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과장 계장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고, 퇴근후 밥자리 술자리도 함께 했다.
그 무렵 서울시 교통행정의 주무부서인 교통기획과장에 야심찬 엘리트공무원이 부임, ㄷ자 ㄹ자 버스노선을 직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소신을 관철하지 못하고 몇개월 뒤 한직으로 물러났다.
얼마후 그에게서 들은 얘기는 그러려니 했던 추측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교통국을 점령하다시피했던 사람들이 어느날 아침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이닥쳐 『조아무개가 어떤 X이야!』 하고 험악하게 대들더라는 것이다. 그가 버스노선을 펴지 못한 것도, 주무과장 자리에서 쫓겨난 것도 그 사람들의 입김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대민행정의 일선에 있는 공직자들은 구조적으로 이런 부패의 토양에서 살고 있다. 지방세 공무원들의 세금횡령사건이나 끝없이 터져나오는 공직자 독직사건들은 부패가 자라는 토양이 비옥하기 때문이다.
서슬퍼런 사정과 철저한 관리·감독은 물론 필요하지만 이 만성적인 악성질환의 근치술은 되지 못한다. 부패와 비리가 자라는 토양을 사막화하는 것 밖에는 달리 길이 없다. 그러자면 국민 모두가 고발인 파수꾼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아파트단지에 백화점 스포츠시설이 들어서 집값이 오르는 것을 반길 일이 아니라, 쾌적한 주거환경이 깨지고 범죄가 꾀는 생활환경의 오염을 막는다는 생각으로 불법 탈법 편법을 고발하고 감시해야 한다. 맑은 물에는 거머리가 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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