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5천45명의 합격자를 27일 발표한 것을 마지막으로 1백27개 전기대학의 신입생선발이 모두 끝났다. 이들 전기대학중 대학별 본고사를 치른 38개 대학의 입시에서 나타난 특기할만한 경향은 본고사성적이 합·불합격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는 사실이다. 특히 연세대와 고려대등에서는 수석합격을 한 수험생들의 수능시험성적이 1백60점대로 수학능력성적의 고득점자보다 10점이상 뒤졌으며, 연세대의 경우 수능성적 상위 2%권내에 드는 고득점자가 27%인 3백35명이나 불합격되는 이변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서울대에서만이 수능성적 전국 1위였던 수험생이 수석합격, 수능시험의 체면을 세웠다.
주요대학의 당락을 가른 척도가 수능시험성적이 아니고 본고사성적이었다는 것은 국가고사인 수능시험성적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추락시켰다는 차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일이다. 또 고3생은 물론이고 고2∼1학년의 예비수험생들에게 수능불신 본고사과신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수능성적 고득점자 탈락으로 재수생이 격증할 것도 우려된다.
이러한 경향의 원인을 따져본다면 두가지 측면에서 추론이 가능할 것같다. 첫째는 수능시험의 출제가 고교생의 진짜 학력을 제대로 변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문제를 너무 평이하게 냄으로써 실력과 성적의 상관도가 너무 큰 편차를 내 수능실력은 믿을 게 못된다는 의심을 낳게 된 것이다.
두번째는 대학의 본고사가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는 점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수능시험대비는 적당히 하고 과외등을 해 본고사과목위주의 공부를 한 수험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진짜 원인이야 시험결과를 정밀분석해야 나오겠지만 우리가 보다 큰 우려를 하게되는 것은 그같은 결과가 몰고 올 역기능측면 때문이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본고사성적을 높이기 위해 수험생들이 수능시험과 학교공부를 등한히 하고 까다로운 함정식 문제를 집중공부시키는 개인과외나 학원교습으로 몰리게 되는 상황이다.
그 다음은 국가고사인 수능시험의 성적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떨어질때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으로 선발하는 대다수 대학들마저 본고사로 돌아서게 된다는 점이다.
본고사신뢰에 따른 역기능을 없애자면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현행과 같은 출제로는 안된다. 문제은행식 출제제도를 서둘러 도입해 실력과 시험성적의 상관도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능시험의 폐지론이 곧 대두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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