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늘 바뀐다. 사회변화에 맞춰서 법과 제도도 바꿔야 한다. 윤리도 같다. 흔히 유교는 고루한 옛 전통을 고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교는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융통성이 있다. 그것을 변통이라고 한다. 최근 정무제2장관실과 여성신문사는 평등부부상 제도를 처음 만들어 5쌍의 부부를 선정해 상을 주었다. 이 상의 제정에 유림의 본산인 성균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해서 화제다. 「유교는 부부 즉 남녀간의 평등을 부정한다」는 통념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94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가정의 해」였다. 정무제2장관실은 민주사회의 바람직한 가족관계가 부부사이의 평등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모범부부의 사례 발굴 계획을 세웠다.
남녀평등은 아무래도 구미사회의 영향을 크게 받은 개념. 평등부부 선정이 가부장권을 중시하는 전통윤리와 맞지 않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반대할 것으로 여긴 유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작년 5월 토론회 때 성균관에 대표파견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양재혁교수(성균관대·동양철학)가 참석했다.
뜻밖에도 유림대표의 주장은 전혀 고루(?)하지 않았다. 양교수는 『21세기 산업화사회에서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필연이다. 전통 부부상은 웃어른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전해졌으나 핵가족 사회에선 그 역할을 맡을 어른이 없다. 따라서 평등부부의 모범을 제시해 신세대 부부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이제까지 정부가 주는 상은 체제홍보의 수단일 경우가 많았으나 앞으로 평등부부는 시상제도를 만들어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주장에 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번 평등부부상 후보에는 39쌍이 접수됐는데 이중 15쌍이 남앞에 평등한 삶을 살아왔다는 확신을 밝히며 스스로 신청해와 변화되는 부부상을 보여줬다. 선정위원들은 의사결정의 공유와 가사 육아의 분담 그리고 재산의 공동소유 관리 및 충분한 대화 여부등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성균관 유림의 신선한 발상은 변통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러나 구미화한 요즘 사람들의 부부관 남녀관은 오히려 평등과 거리가 먼 예가 흔하다. 그래서 유림의 주장에 힘입은 평등부부상의 제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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