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필」 맡아 “금의환향”/미서 한국과 인연 “은인의 나라” 여겨/4일 귀향연주… 김청묵 교수곡 소개 KBS교향악단 수석객원지휘자로 우리에게 친근한 구소련 망명지휘자 박탕 조르다니아(53)가 러시아무대에 금의환향한다. 모스크바에서 유망한 지휘자로 활약하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부인과 함께 83년 미국으로 망명했던 그는 타향살이 12년만에 러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겸 상임지휘자로 부임, 감격적인 귀향연주회를 갖게 됐다.
연주회는 2월4일 러시아 예술의 심장부인 차이코프스키 콘서바토리 볼쇼이홀에서 펼쳐진다. 망명전에 마지막 지휘를 했던 곳이다. 92년 창단된 이 오케스트라는 국립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 교향악단이다. 옐친대통령등 그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공연에 참석해 돌아온 지휘자를 따뜻이 맞이할 예정이다.
그의 귀향연주회는 기구한 역정의 음악가가 이루어낸 인간승리이다. 미국망명생활은 비참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금상을 받은 바 있는 부인 몰리바는 여러 연주회에 불려다니며 바쁘게 살았지만 영어 한 마디 못하는 박탕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망명한지 얼마 안돼 교통사고를 당해 4번의 대수술을 받아야 했고 끝내 부인과도 이혼을 하고 말았다.
막막했던 그에게 길을 열어 준 것은 재능을 아깝게 생각한 고 유태완 당시 뉴욕주재 공보관이었다. 유씨는 그를 84년에 KBS교향악단의 객원지휘자로 추천했고 이를 발판으로 그는 세계적 지휘자로 성장했다. 90년대 들어 워싱턴 스포켄 심포니 오케스트라, 나고야 필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할 수 있었다.
박탕은 한국을 「은인의 나라」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90년 KBS교향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로 임명된 그는 매년 4∼5차례 한국에 와 인상적인 연주회를 가졌다. 『한국의 음악가와 음악을 소개하겠다』고 자주 말했던 박탕은 이번 러시아연주회에서도 김청묵 연세대교수의 작품 「페스티벌서곡」을 초연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이선희와 협연한다.
1942년 구소련 그루지야공화국 티빌리시에서 태어난 그는 레닌그라드(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다닐 때 지휘자로 전향한 뒤 거장 므라빈스키의 수제자로 앞날을 인정받았다. 71년 카라얀 지휘콩쿠르에 입상한 그는 망명 전까지 레닌그라드 필의 부지휘자, 하리코프교향악단, 레닌그라드방송교향악단, 사라도프 필의 상임지휘자등으로 활약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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