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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이름과 세계화 (장명수칼럼:1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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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이름과 세계화 (장명수칼럼:1774)

입력
199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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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과 접촉이 잦은 각 기업의 수출입 관련 부서 사원들 사이에 서양식 이름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어떤 회사에서는 주중 하루를 영어로만 대화하는 날로 정했다고 한다.「세계화」라는 과제앞에서 각 기업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한국 젊은이들이 제임스 김, 찰스 리, 매리 박, 수잔 장등의 서양식 이름을 새긴 명함을 들고 세계를 상대로 뛰겠다는것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임에 틀림없지만,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젊은이들 사이에 이런 명함이 유행하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도 하다.

 서양식 이름을 가진 동양인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대만 사람들이 떠오른다.대만에 처음 갔을때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서양식 이름을 갖고 있는것에 어리둥절했다. 고위관리, 여행사 가이드, 상점 판매원등이 모두 명함에 서양식 이름을 적고 있다. 고위관리들이 한결같이 서양이름으로 불리는것에 나는 저항감을 느꼈는데, 그들 사이에서는 전혀 흉이 안되는것 같았다.

 왜 그런 풍습이 생겼느냐고 한 관리에게 물었더니『중국이름은 서양사람이 발음하기 어렵고, 기억하기도 어렵기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서양식 이름은 대개 중학교때 영어 선생님이 지어준다고 하는데, 나일론 웡, 나폴레옹 가우등의 우스운 이름도 있었다.

 대만뿐 아니라 싱가포르, 홍콩에도 서양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서양인들과 상대하려면 그들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가져야 한다는 중국인 특유의 현실적인 성향때문이라고 짐작된다.그러나 대만, 싱가포르, 홍콩이 세계화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설수 있었던것은 서양식 이름 덕분이 아니고,중국인 고유의 탁월한 상술을 세계수준의 합리적 제도와 접목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실적 필요에 의해 너도나도 서양이름을 갖고 있지만, 자기를 잊거나 서양화한것은 아니다.중국인들처럼 자기것을 잘 지키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우리가 세계화하려면 주로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뛰어야 하고, 영어가 필수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그러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고, 서양인들에게 자기 이름을 잘 기억시키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은 자칫하면 「세계화=미국화」라는 인식을 심을 우려가 있다.

 기업에서 서양식 이름갖기 바람이 불기전에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는 친구나 연인에게 서양식 이름을 붙여 애칭으로 부르는 풍습이 생겼다고 하는데, 이런 풍습이 세계화 바람을 타고 엉뚱하게 번질까 걱정스럽다. 싱가포르에서는 경제발전에 성공한후 서양식 이름을 버리고 중국이름으로 되돌아가는 유명인이 늘고 있다는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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