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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식 개방 욕망산업/“여대생도 누드모델 서슴없어(일본리포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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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식 개방 욕망산업/“여대생도 누드모델 서슴없어(일본리포터:4)

입력
199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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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도박 상품화” 날로번창/라이브쇼·터키탕·러브호텔 성업/동네마다 포르노 비디오 코너도 성을 팔고 사는 산업을 일본에서는 욕망산업 또는 풍속산업이라 부른다. 정확한 통계는 잡기가 불가능하지만 그 규모가 일본의 방위예산과 맞먹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묵은 통계이긴 하지만 지난 91년의 조사에 의하면 「욕망산업」의 규모는 4조2천억엔으로 같은 해 일본 방위예산과 비슷한 액수다.

 일본의 욕망산업을 키우는 것은 개방적인 성의식이다.

 지난해 11월 「도쿄(동경)대 여학생」의 누드사진이 일본의 대중잡지 「주간 포스트」에 실렸다. 도쿄대를 서울대로 바꿔 놓고 생각해 본다면 당연히 화젯거리다.  그러나 일본에서 이 정도는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와세다(조도전)대, 게이오(경응)대등 명문대학 여대생의 누드출연이 있어 왔다.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도쿄에 사는 한 주부는 『자기 몸매에 자신을 갖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니예요』라고 되묻는다.

 일본 대도시 중심가, 지하철역주변의 공중전화부스는 매춘선전물로 도배가 돼 있다. 알몸의 여자들이 웃고 있는 모습이다. 전화번호가 표시돼 있고 「영수증발행」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동종업소끼리 아예 소책자를 만들어 뿌리기도 하는 데 작은 누드화보집같다. 서양의 터키탕격인 「소포란도(SOAP LAND)」는 일본전역에 1천3백여개소가 성업중이다. 최근들어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소 그 성장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표적인 섹스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주쿠(신숙) 가부키조(가무기정)에는 라이브쇼업소가 들어 차 있다. 20평이 채 못되는 홀은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늘 사람으로 가득 찬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무희가 온갖 포즈를 취하면서 웃음을 판다. 러브호텔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업중이고 속옷한장만 달랑 걸친 여자가 술시중을 드는 란제리바가 행인을 잡아 끈다.

 출판물, 신문, 방송등도 섹스산업의 주요한 자양분이며 일정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서점에는 포르노잡지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청소년부터 60대까지 뒤섞여 스스럼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다. 포르노 전문잡지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대중지에는 어김없이 누드사진이 실려 있다. 고급시사주간지 「주간문춘」도 지난해 1월과 11월에 누드사진을 선보였다. 성인용 만화는 물론이고 청소년이 보는 만화에도 선정적인 그림이 빠지지 않는다. 스포츠신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누드사진과 자극적인 대중소설이 약방의 감초역할을 한다.

 심야의 TV방송은 오락프로그램 일색이고 여성출연자는 아예 웃옷을 벗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TV에서 쏟아진다. 포르노테이프의 종류도 무궁무진하고 동네마다 판매·대여점이 있다.

 이방인을 놀라게 만드는 이 모든 것이 일본인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의 한부분이다. 그래서 남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또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사행성 오락 슬롯머신/거대경제공룡… 연매출 19조엔/취미인구 3천만명… 전국1만8천곳 북적/약속장소로도 이용,여가활용에 “최고인기”

○주부도 즐겨찾아

 94년 11월25일 금요일 하오8시. 도쿄(동경)의 번화가 아카사카(적판)에 자리잡은 2백여석 규모의 D슬롯머신장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다. 20대부터 60대까지의 남녀들이 독수리 눈을 하고 구슬 돌아가는 모습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옆사람 어깨가 닿을 만큼 다닥다닥 붙어 있어도 한마디 말조차 건네지 않는다. 오로지 기계와 자신뿐이다.

 이 날은 주5일 근무하는 일본인들이 하나킨(화금)이라 고 부르는 금요일. 특히 월급날(매달25일)과 겹친 골드하나킨이다. 평일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하나킨 저녁이면 곳곳에 널려 있는 슬롯머신장이 더욱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택가에 밀집돼 있는 동네 슬롯머신장의 주고객은 노인과 주부들이다. 상오10시가 채 되기 전부터 줄을 서서 문열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업계종사자 30만

 일본에서 슬롯머신산업은 거대공룡이 된 지 오래다.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빚어진 전후최대의 불황에도 끄떡없다. 매출규모, 영업장 수가 해마다 늘어나 93년 연간매출규모는 19조엔을 넘어섰다(닛코(일흥)리서치센터추정자료, 레저개발센터자료로는 17조5천억엔).

 일본의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에 육박하는 규모다. 전국에 1만8천여개소가 성업중이며 4백54만여대의 슬롯머신기계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일본 경찰청 93년자료). 업계종사자도 30여만명이나 된다.

 다른 사행성 여가산업과 견주어 보아도 슬롯머신산업은 우뚝 서 있다. 레저개발센터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경마인구가 1천5백만명, 경륜인구가 2백만명, 경정인구가 1백80만명인데 비해 슬롯머신인구는 3천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규모도 경마(4조5천억엔) 경륜(1조7천억엔) 경정(1조9천억엔)을 합친 것보다 두배가 넘는다. 사행성, 비사행성을 모두 포함한 여가시장의 규모를 77조엔으로 봤을 때 약23%를 슬롯머신이 점유하고 있다.

 즐기는 인구수와 매출규모만을 놓고 보면 슬롯머신산업은 일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대중오락이다. 슬롯머신장이 서점이나 백화점처럼 약속장소로 이용되고 사람들이 모이면 슬롯머신장으로 몰려가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1920년 오사카(대판)의 한 무역업자가 미국으로부터 슬롯머신기계의 원조격인 「코린트게임기」를 수입한 이래  이 산업은 늘 폭력 탈세 승률조작등의 비난속에서 자라 왔다.

 슬롯머신업계에 뛰어든지 만 20년이 된다는 손의익(39·D슬롯머신총지배인)씨는 이러한 일반인의 비난을 의식한 듯 『이미 오래전에 폭력단과 멀어졌고 수년전부터는 NTT전화선으로 기계를 관리, 탈세나 승률조작이 사라지고 있다』며 『도박성은 있지만 건전한 오락산업으로 새롭게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도쿄=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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