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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이기추구」 공존(일본리포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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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이기추구」 공존(일본리포트:4)

입력
199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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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맞는 일본인」 그들의 국민성은…/섬나라의식 변화… 넓은곳 선망·좁은곳 애착 이중성 「가깝고도 먼 나라」사람들인 일본인은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또한 많이 다르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서적이 많이 발간되고 있으나, 그들은 여전히 먼 섬 위에 떠 있는 듯하다. 「넓고도 좁은 나라」의 사람들이기도 한 그들의 정체성과 사무라이 전통, 「천황제」에 대한 사고의 변환등 정신적인 면을 살펴본다. 이와함께 일본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의 현주소와 대중사회다운 스포츠에 대한 열광, 스포츠 스타 만들기, 작지않은 규모를 가진 섹스산업과 유기장등을 소개한다.<편집자주>

 도쿄의 왕궁 앞뜰은 넓다. 광장과 정원으로 꾸며진 그 곳은 둘레가 5정도나 돼, 시민들이 휴일이나 점심시간에 조깅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도쿄(동경) 아사쿠사(천초)의 센소지(천초사), 교토(경도)의 히가시·니시혼간지(동·서본원사), 나라(나량)의 도다이지(동대사)등 곳곳의 고적들도 놀랄만한 규모의 건축물을 자랑하고 있어 넓은 공간에 대한 일본인의 절실한 희구를 보여준다.

 반면 일본인은 그들의 경제력에 어울리지 않게 비좁은 공간에 익숙해 있기도 하다. 몸 하나 제대로 뒤척이기 힘든 캡슐 호텔, 서서만 마시는 다치노미(립주) 술집, 그릇 하나둘 정도만 놓고 밥을 먹는 식당, 방 하나 정도의 집등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들은 도시든 농촌이든 좁은 자투리 땅도 놀리지 않는다. 그곳에 신사를 세우고, 나무와 꽃을 가꾸고 있는 모습이 경탄스럽기도 하다.

 미국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인은 군국주의적이자 탐미적이고, 용감하면서 겁이 많은 등 모든 모순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져 있다』고 갈파했듯이, 일본인에게는 「넓은 공간에 대한 선망」과 「좁은 공간에 대한 애착」이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은 흔히 이러한 부조화, 혹은 모순을 『섬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시다 도모오(석전우웅) 쓰쿠바(축파)대 부학장은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더욱 국제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쓰모토 유타카(송원풍·47·회사원·사이타마현)씨도 『섬나라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 작은 땅이라도 집착할 수밖에 없었고, 또한 힘이 모아졌다고 생각했을 때는 두 차례의 대륙침략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섬나라 사람 일본인의 의식적 모순은 흔히 고립을 피하기 위한 집단주의, 의식과 행동의 이중성등으로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인 집단주의의 예는 「깃발부대 관광단」으로 세계 속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집단주의는 1945년 패전후 열심히 일해서 경제성장을 이룬 「대인주의」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대인주의」는 개인적·가정적 삶을 희생해서라도 회사와 나라의 경제를 일으킨다든가 하는 대국적 행동양식을 말한다. 그러나 일본인의 집단주의는 밖을 향해 「배타성」과 「공격성」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 집단주의는 일본인 안에서도 한 집단에 끼지 못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이지메」등의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나며, 국제적으로는 인접 약소국에 대한 침략과 가혹행위로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인을 또 헤아리기 어렵게 하는 것으로 「속 마음」을 나타내는 「혼네(본음)」와 「립장(입장)」을 가리키는 「다테마에(건전)」가 다르다는 점이다.

 오사카(대판) 온갤러리 대표 와타나베 겐지(도변건차·48)씨는 『일본인은 대체로 직접적 표현을 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속 마음」과 「입장」을 구별해서 얘기하는 것은 젊은 세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활이 풍요로워짐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대인주의」보다는 합리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안락지향적이며, 자기현시 욕구가 강해지는 등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점을 일본의 기성세대들은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도쿄=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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