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민주당은 얼마전 계파간의 신경전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이제는 2월 전당대회를 향해 차분하게 전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기택대표의 연두기자회견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25일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이대표의 새해 청사진은 지난날 야당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구상을 밝히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과거 군사정권에 참여한 인사들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앞으로 야당의 문호를 활짝 열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작년 정기국회에서 12·12사건관련자들의 기소를 정치투쟁의 주조로 삼았던 사실을 상기한다면 다소 의아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속좁은 야당의 이미지를 벗고 관용과 포용과 화합의 야당상으로 탈바꿈하려는 의지와 노력의 일단으로 평가해주고 싶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21세기를 준비하는 민주당의 개혁방안이다. 때마침 여당인 민자당에서도 세계화를 향한 개혁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어느 쪽이 보다 민주적이고 세계적인 수준의 정당으로 체질과 운영과 조직을 바꿀 수 있는가를 국민들은 비교해 가면서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의 이대표는 당원중심의 정당, 중앙당의 정책개발기능강화, 시·도 지부의 위상 강화, 당의 현장화등을 제시했다. 우리 정당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비민주적인 요소가 많다. 총재나 대표등 최고위층에 권력이 너무 집중되고 운영과 조직이 중앙당 중심으로 되어 있어 지나치게 하향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이다.
민주방식으로 개혁하려면 일선 당원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하부의 지방당이 활발히 돌아가게 상향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선 지방당을 중앙당의 철저한 통제하에 예속시키면서 민주화와 지방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참신한 정책개발 없이는 세계화를 얘기할 수 없다. 야당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어야 할 분야가 바로 이 정책개발이다. 몇마디 구호만 가지고 야당 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두뇌 싸움이다. 정책 아이디어 경쟁으로 여당을 압도할 수 있다면 집권여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국민의 생활현장으로 과감히 뛰어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 교통 공해 복지 범죄등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쟁점들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바쁜 시민들의 짜증만 자아내는 옥외군중집회보다 훨씬 효과적인 정치가 될 것이다. 이대표가 이날 밝힌 개혁방안도 이런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구상과 계획이 그냥 발표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구체적인 실천을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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