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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보는 눈/최규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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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보는 눈/최규식(메아리)

입력
1995.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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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얼마간이라도 생활하다 돌아 온 사람들은 일본인과 일본사회의 특장을 얘기할 때면 조심스러워지곤 하는 경험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느낀 점을 얘기하다 보면 칭찬일변도로만 흐른 것같아 한두가지 부정적인 면이나 그 특장의 뒷면을 덧붙여 중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가지 해석을 붙일 수 있겠지만 일본의 특장이라는 것이 그들 사회의 발전에는 당연히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다가도 엉뚱하게 이웃에는 화를 미친 경우도 있어 일본체류중 느낀 그들의 장점이 과연 최고선인지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이 있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일본인의 단결력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것이 부정적 집단의식으로 나타난 폐해를 우리는 알고 있다. 세계인이 놀라는 친절에도 『속마음도 그럴까』하는 의문이 뒤따를 때가 솔직히 있다. 몇년전 1년간의 일본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때 그동안 일본인의 혼네(본음·속마음)와 다테마에(건전·겉으로 드러난 태도)가 너무도 다른 것에 당혹해 하거나 언짢아 하곤 하던 아내가 눈시울을 적셨다.

 일본 소학교 3학년을 다닌 큰애의 급우들이 1년간 함께 생활하며 찍은 사진을 모아 기념앨범을 만들어 준데 감복해버린 것이다. 그런 아내가 귀국후 일본을 얘기할 때면 칭찬중에도 비판이 따라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일본친구들과 헤어지며 엉엉 울었던 큰애도 나름의 비판적 시각을 곧잘 내보인다. 두나라사이의 아픈 역사가 투영된 탓도 있고 그만큼 양국간에는 이론이나 명분, 슬로건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간사이(관서)대지진이라는 엄청난 재앙을 맞은 일본인들의 대처자세를 바라보면서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든, 미묘한 감정을 느낀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결코 울부짖지 않고 극기하는 의연한 모습, 놀라운 질서의식등에 대해 얘기할 때는 「무서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저 경탄하고 칭찬만 할 게 아니라 『그같은 이웃이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번 일본지진을 보며 『한일 두나라는 역시 이처럼 숙명적 관계인가』하는 생각을 또 한번 하게 된다.<국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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