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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X」의 사회상(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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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X」의 사회상(프리즘)

입력
1995.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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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거중인 남자의 어머니가 그 남자의 전처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못마땅한 젊은 여자가 시어머니격인 노파에게 대놓고 「잡X」이라고 욕을 해댄다. 노파도 뒤질세라 『네가 잡X』이라고 되받아치고 옆에 앉은 남자와 전처는 각각 젊은여자와 노파편을 들며 역시 악다구니를 써댄다. 방청객들도 덩달아 편을 갈라 고함을 질러대 사회자가 진행을 하기 힘들 정도다. 미국TV에서 흔히 볼수 있는 토크쇼의 한장면이다. 최근 몇년사이 토크쇼가 인기를 끌자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프로그램을 신설, 현재는 4대 전국방송사만해도 20개가 넘는 각종 토크쇼를 방영하고 있다. 캐이블TV와 지역채널까지 합하면 숫자를 셀수도 없다. 

 이들 중 상당수의 대담프로가 비정상적인 관계에 놓인 사람들을 단골출연자로 삼아 시청률경쟁에 눈이 먼 상업방송의 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삼각 사각으로 얽힌 복잡한 애정행각의 주인공들, 오로지 성적 쾌락을 목표로 살아간다는 바람둥이와 그 상대들, 한 남자를 두고 갈등을 빚는 모녀 등 온갖 군상들이 말싸움을 벌이다가 종래는 「F-」「B-」등 우리말로 하자면 「잡X」「개XX」 따위에 해당되는 욕설을 퍼붓기까지 하는 모습을 그대로 가정에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말미에 심리전문의사를 초청, 화해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역시 한 사회학교수의 지적처럼 『2분으로 1시간을 정당화시키려는 면피작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최근 한 앵커우먼은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깅리치 하원의장의 모친을 살살 꼬드겨 『내 아들이 「대통령부인 힐러리는 잡X」이라고 하더라』는 욕설을 끌어내 이를 전국에 방송했다. 깅리치의 모친은 나중에 다른 토크쇼에 나가 『그런 말 한게 뭐 잘못이냐』고 강변했다. 미국을 병들게 하는 방송선정주의의 오염도를 짐작케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밖에 볼수 없을 것이다.<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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