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한은 신축·긴축 “딴말”/금리15%대 넘자 자금 이탈/국제여건따른 「동반하락」도 겹쳐 불안정성 고조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외의 각종 불안요인이 있지만 특히 무원칙한 통화관리가 주가 폭락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최근의 통화관리 기조가 긴축인지, 신축(완화)인지 분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주가폭락은 일관성을 잃은 이러한 통화정책으로 유발된 부작용의 시작이며 전체 금융시장이 그동안 다져온 안정성을 상실한채 부작용에 시달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밝히면서 「물가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통화측면에서 보면 긴축을 지속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른 자금경색을 우려, 주식시장은 연초부터 속락을 거듭했다. 특히 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은 자금시장의 경색여부에 크게 좌우받는다. 시중금리가 15%대를 넘어서자 그나마 남아있는 자금들도 수익률이 좋아진 채권시장으로 몰려가 주식시장의 빈혈증세를 심화시켰다.
이에 놀란 재정경제원은 지난 17일 이색적인 발표를 했다. 물가안정을 위해 연간통화목표를 12∼16%대를 지키겠지만 1·4분기(1∼3월)중에는 18%대로 신축관리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장은 폭락세가 진정됐다. 그러나 이 발표가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이 곧바로 강하게 일었다. 며칠뒤인 23일 한국은행은 확대연석회의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12∼16%대의 관리강화만을 명백히 선언한 것이다. 1·4분기중의 신축관리라는 말은 어디서고 찾아볼 수가 없다. 재경원과 한은등 두 통화당국이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자들에게는 통화당국이 「긴축―신축(완화)―긴축」의 어지러운 행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통화당국자들 가운데는 이를 나름대로 「작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는 긴축을 의도하면서도 노골적으로 긴축을 표방하면 뜻을 이룰 수가 없으므로 긴축인지, 신축인지 모르게 통화관리의 의도를 숨겨야 한다는 것이다. 신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신축을 표방하면 물가가 흔들리는등 부작용이 크므로 「신축이 아닌 듯」해야 한다고 이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이통에 잘 나가던 금융시장이 멍들고 작은 충격에 견딜 수 있는 힘마저 상실, 제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사실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
국제적인 시장주변여건도 불안한게 사실이다. 실제로 페소화 폭락으로 시작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되기는커녕 일본대지진으로 인해 더욱 불안정속을 헤맬 것으로 우려되자 23일엔 일본과 대만 홍콩등 주변국 주식시장이 일제히 폭락세를 보였다. 이를 토대로 한국의 주식시장 폭락을 「동반하락」현상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한국을 비롯한 비선진국 주식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는 페소화 폭락, 미국의 금리인상, 일본 대지진등 3대 악재가 국제금융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악재들은 일반적 여건일뿐이다. 실물경제동향이 과열을 우려할 정도이던 상황에서 이러한 일반 여건이 전부를 좌지우지하지는 못한다. 당장 한치앞의 자금예측도 할 수 없어 증권투자자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국이 당장의 궁지를 모면하기 위해 때로는 긴축, 때로는 신축으로 왔다갔다 하지 말고 어느 한쪽을 확실하게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9%대의 지나치게 과도한 성장을 7%대의 적정선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긴축이 필요하다면 그렇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적응기간을 달라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긴축과 신축사이를 오감으로써 불안감만 증폭시키는 우를 더이상 범해서는 안된다는 주문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잇단 악재” 국제증시 동요/페소화 폭락·미 금리인상·일 지진 등 영향/“향후 장세불안” 투자자들 자금 거둬들여
국제금융시장이 연초부터 잇따라 터진 예기치 않은 악재로 동요하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폭락사태로 촉발된 국제금융시장의 동요는 미국의 금리상승예상과 중국의 덩샤오핑(등소평)의 사망임박설에 이어 일본 간사이(관서)대지진여파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본지진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당초 지진피해가 일본 국민총생산의 0.5%인 3조엔(약24조원)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경제전문가들은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의 증시하락은 이로 인한 향후 장세전망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추가금리인상요인도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한해 여섯차례나 금리를 올렸으나 94년 4·4분기의 미국경제성장률이 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자 금리를 추가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날 뉴욕증시가 도쿄증시의 폭락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않고 이에 힘입어 이날 도쿄와 아시아국가지역의 증시가 반등한 점에 비추어 국제증시의 불안은 생각보다 빨리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않다. 실제 24일 세계증시는 도쿄와 홍콩증시가 전날에 비해 각각 2백75.24포인트, 35.59 포인트 소폭반등했다. 하지만 세계 증시는 언제 다시 급락할지 모를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뉴욕=조재용특파원>뉴욕=조재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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