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불안·소외감·성적갈등 잇따라 작품에/「남자는 괴로워」 「총잡이」 「고추이야기」/기존방식 벗고 본질문제 재미있게 접근 불안과 소외의식, 성적 욕구등으로 시달리는 현대 샐러리맨의 왜소하고 우울한 초상이 잇달아 영화로 그려진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직장에서 겪는 좌절을 그린 「남자는 괴로워」(이명세감독), 우연히 총 한 자루를 손에 넣게 된 남자를 통해 현대인의 불안심리를 파헤치는 「총잡이」(김의석감독) , 왜곡된 남성의 성심리를 주제로 한 「고추이야기」(이정국감독)등이 최근 완성됐거나 제작 중인 남성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산업사회에서 소외되고 초라해져 가는 남성의 일상이 영화의 중심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 작품들은 기존의 영화가 부각해 온 강한 남성의 「마초(MACHO)이미지」나 여성에 대한 「가해자」라는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남성의 보다 본질적이고 일상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기도 하다. 「남자는 괴로워」에는 시를 쓰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던 만년과장 안성기를 비롯, 5명의 샐러리맨이 등장한다. 의처증을 지닌 남자, 아내에게 성적으로 멸시당하는 남자, 그리고 데이트하는 것도 어머니에게 물어야 하는 마마보이등 하나같이 온전하지 못한 남자들이다.
영화는 부하들을 들볶으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부장(윤주상)이 권고사직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안과장은 새파란 신임부장에게 굽신거리며 현실에 적응하려 하지만 끝내 사표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는 자신의 애창곡인 「아빠의 청춘」을 소리 높여 부른 후 죽는다. 만화적인 상상력과 독특한 영상연출로 『신세대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이명세감독은 얘기를 다소 과장하면서 「페이소스 넘치는 코미디」로 엮어내고 있다.
「결혼이야기」로 일약 인기감독이 된 김의석의 3번째 작품인 「총잡이」는 제약회사 홍보실에 근무하는 소심한 샐러리맨을 주인공으로 한 블랙코미디이다.
그는 연일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살벌한 범죄와 대형사고들로 인해 강박관념에 가까운 피해의식을 지니고 있다. 어느날 우연히 권총 한 자루를 손에 쥐게 된 그는 이상한 자신감을 얻는다. 이 작품은 한 남자의 돈키호테적인 행동을 통해 현대 남성이 느끼는 무력감을 역설적으로 그려낸다.
「고추이야기」는 지금까지 남성의 성이 통념과 속설에 의해 터무니 없이 왜곡되어 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은 사회적으로뿐 아니라 성적으로 자신에 차있는 대기업의 엘리트.
그는 어느날 아내가 자신에게 한번도 성적으로 만족한 적이 없으며 혼자서 포르노비디오를 빌려다 보며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과거에 관계했던 여자들을 만나 자신이 성적으로 소외되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에 따라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김경희기자>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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