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반고교생 월평균 23만여원 지출/월5백만원짜리도… 비밀지키려 호텔교습/국교생 1명 가르치려 부인이 파출부까지 23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1년 과외비 5조8천억원」이라는 연구보고는 「과외망국론」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할 만큼 막대한 액수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과외비를 대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은행융자를 받거나 계에 들기도 한다.
중산층이하에서는 파출부를 하는 경우도 많아 학부모들이 과외비의 중압감으로 허리를 제대로 펴지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개발원의 조사에 의하면 서울 일반계 고교의 사교육비는 월평균 52만4천여원. 이 가운데 입시학원비 개인과외비 예·체능학원비등 순수과외비의 비중이 45%를 차지한다.
국·중·고에 다니는 자녀가 두 명 정도 있으면 정상적인 봉급생활비로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과외 경험자도 10명중 7명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는 데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국·중·고생 응답자 3천2백53명 가운데 76%인 2천4백67명이 과외를 받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극동조사연구소가 서울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75.9%의 응답자가 과외를 시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과열과외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향평준화로 둔재만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과외억제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던 평준화제도가 해제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과외는 예·체능과외에서부터 개인과외, 소규모 입시학원, 대형학원, 현직교사의 고액비밀과외등 다양하다.
대학생 개인과외의 경우 주 4∼6시간에 월 30만∼50만원정도 든다. 대학원생과외는 많게는 80만∼1백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여의도의 한 대입전문학원은 10∼15명의 소규모그룹을 만들어 국·영·수 월8회 수업에 과목당 30만원씩 받는다. 서초동의 한 외국어학원은 본고사 직전 5일동안 하루 1백분씩 가르치고 1백만원을 받는다.
이 학원은 시간여유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하루1시간씩 한달동안 가르치는 대가로 5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교사의 개인과외는 그 액수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합격의 대가로 고급승용차가 주어지기도 한다.
이들이 비밀유지를 위해 야간에 호텔방에서 과외지도를 하거나 승용차안에서 가르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 강모씨(38·여)는 『중2 아들과 고1딸을 두고 있는 데 각각 한달에 30만원, 40만원정도의 과외비가 들어간다』며 『순수과외비만으로도 우리집 가계의 40%가 넘는다』고 말했다.
과외비외에 학교등록금, 교통비, 학습교재비등 자녀들의 교육관련비용을 모두 합하면 가계의 절반을 넘어선다고 강씨는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황모씨(35·여)는 『국교 4년인 아들에게 개인과외를 시키고 있는 데 월 40만원이 든다』며 『남편 월급으로는 빠듯해 6개월째 파출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웃들에게는 운동도 되고 가계에 보탬도 된다고 둘러대지만 꼭 이렇게 해야하는 지 서글플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한달 월급이 1백60만원정도라는 회사원 박모씨(43)는 『주위의 친구들과 비교하면 보통정도』라며 『두 명의 자녀에게 매달 55만원의 과외비가 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11살 난 딸은 미술 피아노 속셈학원에, 8살난 아들은 수영 미술 피아노학원에 다니고 있다.
보험회사 생활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38·여)는 『공무원인 남편 월급이 얼마되지 않아 중·고생인 두 아들 과외비를 마련키 위해 2년전부터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같은 과열현상에 대해 『학교에서 충분하게 가르쳐주지 못하는 교육제도상의 문제가 크지만 무분별하게 덩달아 과외를 시키는 일부 학부모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한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최성욱·김성호기자>최성욱·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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