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소서 공개만남 희망”/“교감없이 일방제시” 불쾌감 DJ(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와 KT(이기택 민주당대표)의 관계가 어느수준으로 회복될 것인가. 민주당의 당내분이 수습됨에 따라 곧 이루어지게될 두 사람의 회동에서 양자의 관계가 어떻게 재정립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측 모두 회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이달안에 성사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양자의 회동방법과 형식을 놓고 동교동측과 이대표진영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 회동전망은 다소 유동적이다.
우선 양자회동의 방식에 대해서 KT쪽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대표진영은 당헌개정 4인소위가 최종합의안을 마련한 직후인 21일 『가능하면 DJ의 자택인 동교동을 방문하는 형식이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이대표가 동교동을 방문하는 형식을 벗어나 양자 회동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것이었다.
김이사장측은 양자회동에 대한 실무접촉이 안된 상태에서 이대표측이 만남의 형식까지 거론하고 나오자 언짢아하고 있다. DJ측근들은 『사전 교감도 없이 공개적으로 만나자고 외부에 흘리는 것 자체가 정치적 계산이 깔린게 아니냐』며 불쾌한 반응이다. 아태재단의 한 관계자도 『정계에서 은퇴한 김이사장을 계속 물고 늘어져 흠집을 냈던 이대표가 또다시 김이사장을 정치무대에 끌어들여 발목을 잡으려한다』며 의구심을 보였다.
이대표측은 동교동계가 굳이 싫어한다면 회동장소와 방식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며 다소 신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만남의 형식에까지 정치적 해석을 달 필요가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표측의 당초 생각에는 KT에 대한 DJ의 지지의사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표현케 함으로써 당내외에 KT의 이미지를 과시해보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던 것같다는 분석들이다. 또한 동교동 방문이라는 종전의 형식을 탈피, 대외적으로 상하관계로 비쳐진 양자간의 관계를 동등한 파트너관계로 각인시키자는 효과도 겨냥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측이 이렇게 만남의 형식을 놓고서도 신경전을 거듭하는 모습은 그간 당내갈등의 와중에서 양자간에 팬 감정의 골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두사람은 서로를 향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양진영간의 관계는 여전히 서먹서먹하다. 이대표진영은 계속 세대교체론을 얘기하고 있고 동교동측은 『이대표가 정치적 곤경에 몰릴 때면 언제든지 김이사장을 공격할 것』이라는 불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양자간의 회동은 설이전에 KT가 동교동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하되 비공개로 했다가 나중에 내용을 공개하는 쪽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회동에서 두사람은 그동안 쌓인 앙금을 털어내는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대표가 그간 양자간의 긴장관계를 촉발시킨 당사자였던만큼 보다 적극적일 것이다. 그의 말에는 전당대회를 둘러싼 갈등국면에서 DJ를 「당의 실질적인 오너」로 지칭, DJ가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는 식의 비난발언을 한데 대한 해명이 담길게 분명하다. 이에 대한 DJ의 입장이 궁금하지만 원칙상의 발언을 넘어 흉금을 터놓기는 힘들 것이란게 측근들의 공통된 얘기다. KT 역시 23일까지도 『세대교체는 변함없는 소신』이라고 말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이들은 양자회동에도 불구, 12·12정국과 이후 전당대회를 둘러싼 갈등으로 빚어진 감정의 응어리를 풀고 진정한 화해를 하기에는 힘들 것같다. 때문에 양자관계는 당분간 서로의 필요성때문에 제한적 협력관계 형태로 유지되다가 지자제선거후 8월전당대회를 앞두고 또 한번의 검증기회를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동국기자>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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