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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17조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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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17조원(사설)

입력
199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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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각급학교의 학부모들이 지난 한해동안 지출한 사교육비는 무려 17조4천6백억원을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이 엄청난 액수의 사교육비중 초·중·고교의 각종 학원수강비와 개인 과외교습비가 초·중·고교 사교육비의 45%나 차지한다니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과외비지출로 등골이 휘는 실상을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말이 17조원이지 이는 올해 정부예산 일반회계 50조1천4백억원의 28.7% 즉 3분의1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금액인 것이다. 정부가 각급학교 교육에 투자한 공교육비 16조7천5백78억원보다 많은 것이고 GNP의 6.03%에 해당하는 것이다.

 정부의 공교육비 투자빈약과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로 인해 사교육비의 지출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았던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91년 7조1천55억원에 달했던 사교육비지출이 불과 3년만에 2.5배나 급증했다는  현실에 있다.

 또 우리의 초·중·고교의 교육환경이나 교육내용이 사교육비가 급등한만큼 비례해서 좋아지고 내실이 다져진 것이냐는 점과 교육목적에 가까운 교육이 이뤄지고 있느냐는데 있는 것이다.

 어느 면으로 보나 대답은 긍정적일 수가 없다. 유치원부터 고교3년까지 12년이상을 우리의 2세들은 과외와 각종 학원수강으로 「점수따기기계」로 키워지고 있을 뿐이다. 도덕과 윤리가 밑바탕이 된 전인교육은 말뿐이고 각급학교 역시 입시학원화해 가는 판이다.

 학부모들이 지금처럼 대학입학이란 한가지 목적에만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많은 사교육비를 쓰더라도 노벨상을 탈 과학자나 대문호를 길러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사교육비의 급등은 지난 90년부터 다시 허용된 중·고교생의 과외와 93년부터 용인된 학원수강이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또 그러한 과외는 편중된 부를 정당하게 쓰지못하고 자기자식만을 위해 사용하게 되는데도 문제가 많다. 없는 계층의 엄청난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회적으로는 부정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개혁의 핵심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학부모들의 과다한 사교육비를 공교육부문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한다. 또 정부는 턱없이 빈약한 공교육비 투자규모를 늘려 교육환경과 교육내용의 충실화에 정책의지를 보여야한다.

 그리하여 과외를 안시켜도 될만하게 학교교육의 신뢰도를 높여야만 망국적인 과외열풍이 식어 사교육비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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