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정치사건 취급/배역연기 강한 흡인력/다큐·서정성 어우러져/광주선 녹화시청 열풍·PC통신 소감쇄도 「모래시계」바람이 3주째 거세다. SBS 기획특집극인 이 드라마는 인기만큼 풍성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회사원들이 매주 방송시간에 맞춰 일찍 귀가한다 해서 「귀가시계」라는 별명도 얻고 있다.
「모래시계」가 대단한 이유는 우선 드라마화한 적이 없는 80년대 정치사건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주 2회에 걸쳐 다룬 광주민주화운동은 89년 다큐멘터리 「어머니의 노래」와 「광주는 말한다」이후 5년만에 TV에서 다룬 「80년 5월의 역사와 아픔」이 되어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이 드라마에는 서정적인 장면이 있는가 하면, 자료필름을 요소요소에 사용하면서 영화 「쉰들러 리스트」처럼 스태디캠 촬영(몸에 카메라를 고정시켜 뛰어다니며 찍는 기법)으로 당시 긴장된 분위기를 다큐멘터리식으로 재연한 점등이 새롭고 호소력 있다.
배역들의 연기 또한 드라마에 흡인력을 주고 있다. 최민수의 억제됐다 폭발하는 거친 행동과, 현실과 양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박상원의 참담한 표정도 인상적이지만 주변인물들의 완숙한 연기도 화제이다.
아역인 김정현 홍경인은 자연스런 연기로 일약 스타가 됐고 태수 어머니로 서막을 장식한 김영애의 압축된 한과 자식에 대한 지고한 감정의 표현 또한 뜨거운 감동을 낳았다. 경쟁사인 KBS의 홍두표사장이 드라마PD들에게 『 「모래시계」는 반드시 보라』고 지시했다는 후문도 있다.
「모래시계」열풍은 광주·전남지역에서 더욱 거세다. 직접 시청할 수 없는 광주 시민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7·8회분의 녹화테이프를 서울등지의 친지들에게 빌려 보기도 하고 지역중계유선방송을 통해 시청하기도 했다.
이같은 반응에 따라 광주종합유선방송은 지난 17일 1·2부를 3회 반복방송한데 이어, 3·4부를 24·25일에, 7·8부를 설연휴에 방영키로 결정했다.
반면 국방부에서는 『아직 확실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그린 게 아니냐』며 유감의 뜻을 전해왔고 안기부 역시 자신들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공작정치부분을 유심히 보고 있다는 게 SBS측의 얘기이다.
컴퓨터통신을 통한 TV시청소감도 「모래시계」얘기 투성이이다. 지금까지 4백78건이나 접수됐고 그 중 60%는 칭찬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당시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에 대학생활을 한 30대후반들은 드라마의 결함을 꼬집고 있기도 하다.
시대와 맞지 않은 설정으로 지적된 것도 1백92건. 소품의 부적절한 사용 외에 70년대말 학생운동과 동떨어진 묘사와 폭력남발등 아픈 지적도 있다.
시청률은 평균 39.3%로 예상보다 높지 않지만 25일부터 얘기의 줄기가 「삼청교육대」로 옮겨감에 따라 이와 관련한 화제가 꼬리를 물 것으로 기대된다. 연인 사이로 발전한 혜린과 태수 사이를 끊으려는 혜린의 아버지 윤회장의 술수에 의해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태수를 중심으로 또 다른 인권유린과 무자비한 폭력의 실상을 보여준다. 촬영장에서는 보조출연자들이 스스로 삭발까지 하는 열의를 보였고 태수역의 최민수도 기꺼이 삭발을 자청했으나 이후의 촬영 때문에 제작진이 가발을 사용하도록 종용했다는 후문이다.<이대현·장인철기자>이대현·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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