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전달·모금 등 애타는 노력/좌절감 씻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고베=이창민특파원】 동포애는 뜨겁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대재난을 당한 재일동포들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날명절을 생각하며 대피소에서 울고 있다. 23일 고베지역에는 「함께사는 사회, 함께사는 세계」의 정신에 동참하는 사랑의 손길이 이어졌지만 이재교민들은 여전히 좌절감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노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고베시 히가시나다(동탄)구의 김종지(45)씨는 『마지막 효도인 고향방문을 시켜드리지 못해 영원히 불효자가 되었다』며 목놓아 울었다. 김씨의 부모는 일본에 온지 40년만에 지난해 처음 고향(경남 울산군 운천면)에 다녀왔었다. 김씨는 『다시 한번 가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온 부모를 이번 설날에 고향으로 모시고 가려 했으나 영영 그 기회를 잃고 말았다.
임시대피소에 수용된 변형규(48)씨도 『선대부터 피땀흘려 일군 터전을 송두리째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고베시에서는 재일민간인들과 민단등의 구호활동이 활발해졌다. 재일동포은행인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지점장 신상진)은 고베지역에 직원 20여명을 상주시켜 가정을 방문, 생필품을 전달하고 친척들에게 소식을 전하도록 1명에 1천엔(1백엔짜리 동전 10개)씩 공중전화용 동전을 나누어 주었다. 직원들은 자동차통행이 어렵자 자전거를 이용, 가정을 돌고 있으며 피난가버려 빈 집인 경우 대피소에까지 찾아가 생필품을 전달해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교포금융기관인 간사이(관서)흥은 고베지점과 함께 지원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재일대한민국민단중앙본부도 이날 오사카(대판)에서 주요 지방본부장과 유력인사들로 구성된 긴급집행위원회를 소집, 거단적으로 지원키로 결정하고 일본전역의 49개 지방본부에 이같은 방침을 알렸다. 이에 앞서 신용상 중앙본부단장은 지진이 발생한 17일 전국의 지방조직에 피해지역의 교민을 돕기 위한 생필품을 긴급발송할 것을 촉구한뒤 19일 간부들과 함께 고베(신호)시에 있는 효고(병고)현본부를 방문, 피해상황을 파악했다.
도쿄지방본부는 지난 20일 모포 2백50장과 식료품 4천3백상자등 5백만엔상당의 물품을 트럭으로 효고현본부에 전달했으며 교민들을 상대로 모금을 하고 있다. 이밖에 오사카, 히로시마(광도), 교토(경도), 와카야마(화가산)본부등 피해지역과 가까운 지방본부에서 모포·음료수·식량·회중전등·오토바이등 당장 필요한 물자를 10여대의 트럭으로 운송했다. 23일 현재 트럭 30여대분의 구호물자가 피해지역에 전달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삼성그룹은 일본연수중인 지역전문가 55명으로 자원봉사대를 구성, 구호활동에 나섰다. 22일 새벽 고베시에 도착한 자원봉사대는 교민들의 재해대책본부격인 효고(병고)현 민단본부를 방문, 사망자 1인당 5만엔씩 4백만엔의 재해성금과 방한복 1천벌등 구호물자를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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