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4월 불의의 사고로 타계한 포항공대 김호길 총장은 내방객들이 오면 캠퍼스를 안내하면서 세군데 「명소」를 자랑했다. 한국의 MIT로 과학영재의 산실인 이 대학의 심장부 도서관과 산업용 빛을 만들어 내는 방사광 가속기 건설현장, 노벨동산등이 그것이다. 어느해 여름 중앙광장위 나지막한 노벨동산에서 김총장의 과학입국에 대한 열정을 느끼던 날이 생각난다. 노벨상수상자들이 찾아와 심어놓은 갖가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노벨동산에는 아인슈타인 뉴턴 에디슨 맥스웰등 세기적 과학자의 흉상 4개와 빈좌대2개가 세워져 있었다. 김총장은 동판에 「?」표시만 되어 있는 주인없는 좌대 2개를 가리키며 『언젠가 한국인 노벨상수상자들을 모실 자리』라고 말했었다. 포철의 「신화」와 함께 포항공대의 「기적」이 자랑스러운 항구도시 포항에 또 하나의 큰 씨앗이 뿌려졌다. 6개학과군에 4백명의 신입생으로 올 봄 개교하는 한동대가 제2의 포항공대를 꿈꾸며 명문대반열에 뛰어오른 것이다. 한동대초대총장은 공교롭게도 고 김호길총장의 동생인 김영길(56)박사이다.
형제는 얼굴 생김새 뿐만아니라 닮은 꼴이 많다. 세계적 물리학자였던 형처럼 동생은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가 해마다 연구업적이 탁월한 과학자를 선정해서 발간하는 인명사전 「미국의 과학자들」95년도판에 한국인 최초로 오른 재료금속공학자이다. 서울대공대 출신으로 뉴욕 RPI공대박사인 김총장은 항공기 제트엔진에 쓰이는 내열합금분야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김총장은 『평범한 학생을 비범하게 만들어 산업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21세기 실무형 엘리트를 양성하겠다』고 말한다. 한동대는 이를 위해 저학년때는 영어와 컴퓨터를 실무필수로 가르치고 4학년 전공과목은 영어로 강의할 계획이다. 인성교육차원에서 중간고사는 무감독으로 치를뿐 아니라 집에서 학생 스스로 답안을 작성해 오는 「양심시험제」도 구상중이다.
한동대와 포항공대는 최근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도서관 자료와 전산시스템의 상호이용 등 「의형제」체제를 갖췄다. 포항공대와 한동대, 김호길·영길 형제박사를 생각하며 노벨동산의 비어있는 좌대위에 한국인의 흉상이 모셔질 날을 그려본다. 형만한 아우도 있을수 있다는 가설과 함께.<사회2부장>사회2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