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여명의 사망자를 낸 일본 간사이(관서) 대지진을 TV로 지켜 보면서 온세계가 일본인들의 침착한 대응에 감탄하고 있다. 도시가 단 몇초사이에 무너져 불바다가 되고, 가족과 이웃이 떼죽음을 하고, 마실 물이 없어 고통을 겪는 참혹한 재난속에서 그들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요지부동의 질서를 지키고 있다. 만일 우리가 저런 재난을 당했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라는 것이 요즘 가는 곳마다 화제다. 혼란을 틈탄 폭력과 약탈로 얼룩졌던 작년 1월의 로스앤젤레스 지진과 이번 간사이 지진을 비교하면서 우리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론은 대개 중간 정도다. 우리 사회는 미국의 인종문제같은 심각한 구조적 취약점이 없고, 일본인들처럼 무서운 공공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지도 않으므로 다소 혼란은 있겠지만, 로스앤젤레스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교통혼잡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에서 천재지변이 나면 모두가 저만 살겠다고 난리가 날 것』이라고 비관론을 펴는 사람도 있으나, 대체로 우리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 간사이와 같은 대지진이 났다면 많은 사람들이 땅을 치며 통곡하고, 매점매석으로 라면등이 삽시간에 동이나고, 일부 상인들은 바가지를 씌울 가능성이 있고, 치안에 약간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구호대책에 대한 불평이 빗발치리라는 것이다.
간사이의 난민들은 예고됐던 사고를 겪는 것처럼 침착하고, 울부짖음조차 자제하고, 나만 살겠다는 무질서한 욕심이나 구호가 늦다는등의 불평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재난에 잘 훈련된 사람들 같다. 아무리 평소에 지진의 위협을 느끼며 산다고 하더라도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재난을 맞는 우리의 모습이 그들과 같을 수는 없다. 대중앞에서 땅을 치며 통곡하는 문화가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서 우리는 그렇게 울부짖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우리의 약점은 엄청난 재난속에서 정부와 사회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같이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공동체로 느끼는 의식이 그들에 비해서 뒤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시민정신이 성숙하지 못한 탓도 있고, 정부가 신뢰를 축적하지 못한 탓도 있다.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온나라가 우리를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정부의 대책이 최선이라는 오래 된 신뢰가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모두가 『우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해 본다는 것,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주는 예상점수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 그것은 매우 희망적인 징조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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