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가치 인정안돼 형사처벌은 억지” 방송출연을 둘러싼 PD와 여성 연예인의 성관계는 사법처리 대상인가, 아닌가.
연예인 비리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금품이 아닌 「몸」을 뇌물로 받은 PD들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형법상 「감독자 간음죄」 또는 「배임수·증재」의 적용을 검토중이나 반론이 만만치 않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독자 간음죄의 경우 우선 PD를 「업무·고용등 관계로 인한 감독자」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또 범죄의 요건인 「위계 또는 위력의 동원」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이 죄는 피해자 고소 없이는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이기 때문이다. 즉 어느 정도의 협박과 강요가 있었더라도 어차피 인기를 위해 몸을 내줬던 여성 연예인들이 스스로 피해진술에 나설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배임수·증재의 경우 논란의 쟁점은 성관계를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 일부검사들은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성도 상품가치가 인정되는 만큼 「화대」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배임수재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공무원의 뇌물을 「재산적 이익뿐 아니라 사람의 수요·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무형의 이익」으로 해석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쪽의 입장은 신중한 편이다. 법 규정이 없음은 물론 판례로도 성관계를 재산적 가치로 인정한 예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형사지법의 한 판사는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기는 하나 이를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은 억지』라며 『경찰이 사건을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판사는 『뇌물도 판례를 통해 폭넓게 인정됐듯이 이 경우도 법률쟁점이 되기에 충분한 사안』이라고 밝혔다.<이희정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