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폭우 이슬비로 바뀌자 안도/4천5백여시신 부패시작 “비상”/일언론 한국구호품전달 중점보도/문열은 공중목욕탕 수천명 장사진 ○…고베(신호)현지의 구조단은 지진 발생 엿새째인 22일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를 사람을 찾는 안타까운 노력을 계속했다. 구조단은 23일까지는 매몰현장에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막바지 구조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이상의 생존자가 있을 희망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이날 새벽부터 내린 비로 구조작업은 더욱 더뎌지고 있다. 불행중 다행으로 새벽부터 내리던 폭우는 이슬비로 바뀌었다. 당초 75㎜ 호우를 예보했던 기상당국은 이날 강수량 예측을 30㎜로 정정하면서 이 비가 23일까지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구조반은 지금까지 매몰자중 3백31명의 생존자를 찾아냈는데 이중에는 매몰된지 1백시간이 지나 구조된 사람이 3명 포함돼있다. 그중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은 세이자부로 요시다(79)라는 노인으로 무너진 집더미에 1백6시간 동안 갇혀있다 목숨을 건졌다. 1백1시간만에 구조된 가즈노 키시노(67)씨는 『얼마나 오래 갇혀있는지 모르겠다. 마치 잠을 잔 것 같다』며 꿈같은 행운을 기뻐했다.
○…고베시등에 외국정부의 지원물자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까지 일본정부에 피해복구를 위한 인력이나 물자지원의사를 표명해온 국가는 40여개국에 달하고 있는데 일본은 이중 한국을 비롯한 수개국의 제의를 수락한 상태다.
일본의 매스컴들은 한국정부가 미네랄워터와 모포, 인스턴트 라면등 생활필수품 1백톤을 대한항공편으로 긴급수송해 고베시에 전달한 사실을 중점 보도하면서 한국에 이어 호주와 브루나이의 미네랄워터, 핀란드의 휴대전화,중국정부의 10만달러와 보존식품등도 접수키로 했다고 전했다.
또 잠롱 스리무앙 태국부총리는 전날 개인자격으로 담요 4천장과 찹쌀을 대나무통에 넣어 구운 태국음식인 「람」 5백㎏을 갖고 고베시로 출발.
잠롱 부총리는 3일간의 고베 방문에 앞서 방콕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인들이 「람」을 좋아해 피해지역의 이재민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설명.
○…이재민의 식량과 식수 사정이 나아지는 등 의식주난이 완화됐다. 고베 중심가인 산노미야 거리에는 이날 지진발생후 처음으로 작은 식당과 슈퍼마켓들이 문을 열었으며 거리 곳곳의 청소도 많이 진척됐다. 이날까지 시내 40%지역은 수도와 가스 공급이 재개된 상태이며 학교도 전체의 3분의 1 가량인 1백여개가 23일부터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공원과 농지등 정부 소유지에 이재민을 위한 가건물 1만여채를 짓는 작업도 21일부터 시작됐다. 당국은 집을 잃고 수용소에서 지내고 있는 약 30만명의 이재민들에게 가건물을 무상 임대할 계획이다.
이날 고베시 나가타(장전)구에서 두 개의 작은 공중목욕탕이 문을 열자 그동안 엿새째 마실 물도 모자란 마당에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지내던 수천명이 몰려 장사진을 쳤다. 개인이 운영하는 이 목욕탕들은 하루 수용 한계가 1백50명 밖에 안되지만 건물 밖에는 5백명 이상씩 긴 줄이 늘어섰으며 운좋게 목욕탕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기쁨에 겨워 지르는 환호성이 바깥까지 들렸다. 목욕탕 주인들은 웃돈을 사절했다. 두 목욕탕 중 하나는 사흘치 연료밖에 없어 내주 화요일에는 도로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고베시에는 4천5백명이 넘는 사망자들의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해 위생 문제가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교등 임시 시체안치소들은 난민도 수용하고 있어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있는 실정인데 그나마 포화 상태라 상당수의 시신이 옥외 천막 아래 보관되고 있다. 때문에 군경과 시당국은 영하에 가까운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부패를 막기 위해 시신에 드라이 아이스를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베=이창민·황영식특파원>고베=이창민·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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