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한제국까지 음악사등 한눈에 우리 전통음악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기록한 옛 음악책이 처음으로 한글로 번역·발간됐다.
국립국악원이 한국 음악학 학술총서 시리즈의 하나로 펴낸 「역주증보문헌비고―낙고(증보문헌비고―악고)」는 상고시대부터 대한제국 말기에 이르기까지의 우리 음악을 자세히 정리한 책이다.
1908년 모두 16고 2백50책으로 편찬된 「증보문헌비고」의 음악편인 「악고」는 우리 음악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아 왔으나 내용의 전문성 때문에 한문으로만 전해왔다.
「증보문헌비고」는 당시까지의 문물제도를 총망라한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악고」에는 율려(가락)의 근원, 율관·악기제작법, 음악제도의 변천사에서부터 악기편성, 제사와 연향의 의식절차, 그 의식에 쓰인 악곡과 악장, 낙인(악인)의 관복, 연습곡목등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내용이 실려 있다.
「삼국사기」 「고려사」 「경국대전」등 많은 책에 수록된 음악관련 내용을 발췌, 수록했을 뿐 아니라 임금과 신하 사이에 나눈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도 담아 생생하게 우리 음악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했다.
「영조 37년(1761년). 1년 내내 제사외에는 음악을 연주하지 말라는 임금의 어명이 떨어졌다. 영조의 나이 8세때(1701년) 인현왕후가 승하했는데 나이가 어려 상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영조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60년만에 이런 어명을 내려 근신토록 한 것이다」. 우리 음악사의 뒤안을 엿볼 수 있는 한 대목이다.
끈질긴 노력으로 5년만에 번역을 마친 국악연구자 김종수(39·여)씨는 틀린 사실을 교정하거나 내용을 보충하는 작업까지 했다.
이 책의 편찬이 영조 45년(1769)에 시작돼 거의 1백40년만에 완결됐기 때문에 중간중간 잘못된 기록이 있는데 김씨는 「악학궤범」 「조선왕조실록」등 꼼꼼히 원전을 대조해 바로 잡았다.
김씨의 경력은 특이하다. 79년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한 뒤 엉뚱하게 81년 서울대 음대 대학원 국악과에 진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았다. 어느날 우연히 듣게 된 정악에 매료돼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는 83년부터 부산 동래향교와 충남 공주서당등에서 8년여동안 한문을 익히기도 했다. 이같은 경력이 「악고」를 성공적으로 번역해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된 셈이다.
김씨는 『91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다 우리 음악에 대한 역사와 이론이 종종 틀린 것을 발견하게 돼 작업을 시작했다』며 『국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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