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선으로 물러나라 했지 내쫓겠다 했나”/정국운용 차질우려… 한쪽선 체념한 표정 김영삼대통령은 21일 미국으로 떠난 김종필전민자당대표에게 『여전히 나는 김대표가 당의 대표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강재섭 총재비서실장을 통해 전해진 이 말은 김대통령의 김대표에 대한 예우의 발언이기도 하지만 김대표의 탈당을 만류하는 뜻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김포공항에 문정수 총장 이한동 총무 박범진 대변인등 당직자들이 대거 환송나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를 전당대회이후에도 대표로 끌어안겠다는 것은 아니나 2선으로 물러나 당의 원로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깔려있는 것같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날 『애당초 김대통령이 생각했던 것은 김대표의 완전퇴진이나 정계은퇴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일 김대표와의 청와대회동에서도 김대통령은 이같은 뜻을 분명히 전했고 지금도 그때의 제안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당대회까지 김대표가 당을 맡아서 치러달라는 김대통령의 요청을 김대표가 받아들였는데 이후 지방행사등을 둘러싸고 중간에서 의사소통이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김대표가 오해를 한 것같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12월 김대통령이 전당대회소집을 지시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김대표가 스스로 알아서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대표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대통령의 상담역을 맡는등 상당한 예우를 받으며 14대는 물론 15대에서도 당이나 국회의 원로로 남아있는 「2선퇴진」을 구상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최형우의원의 부총재경선주장등이 튀어나오면서 김대표는 자신을 「완전퇴진」시키려는 것으로 판단한 것같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비서관도 『김대표가 당의 얼굴로서는 활동할 수 없어도 극단적인 경우 사실상 새로 창당되는 여당에서 비주류로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퇴진이후의 역할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현재까지도 김대표가 탈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도 JP문제에 관해 낙관론을 펴고있다. 그 근거로는 우선 명분과 세불리를 들고 있다. 당장은 몰려나가는 듯한 JP의 모습에서 보수계층이나 충청지역에서 동정론이 일고 있지만 그것이 바로 탈당과 신당창당으로 이어지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주장이다.
또 김대표가 퇴진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당내 보수세력도 현시점에서는 적지않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김대표를 중심으로 따라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YS정서」가 곧 「친JP정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15대 총선이 임박해오면 이탈자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예상과 우려는 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김대표를 정점으로 한 세결집의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은 김대표가 일정 시점을 택해 탈당할 것으로 보는 비관론자들도 조기에 신당이 모습을 갖추리라는 데는 회의적이다.
어쨌든 청와대로서는 김대표가 탈당하지 않고 잔류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김대표 탈당으로 인한 당내 동요를 차단하고 지자제선거에서도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그래서 김대표의 탈당을 만류하는 설득노력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설득의 강도가 아주 높지않은 것으로 보아 그 이면에는 『정 나간다면 할 수 없다』는 체념의 심정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탈당할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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