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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진이 앗아간 유학생부부의 꿈/신혼 이중기·박연옥씨“슬픈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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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진이 앗아간 유학생부부의 꿈/신혼 이중기·박연옥씨“슬픈 연가”

입력
1995.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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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나간채 구출된 남편/“아내는 흙더미속에…” 일본 열도를 경악시킨 간사이(관서)대지진은 한국 유학생 신혼부부의 단꿈마저 앗아가고 말았다.

 지난 17일 새벽 발생한 지진은 고베(신호)시 주오(중앙)구 3층 아파트를 일순간에 무너뜨리며 맨아래 단칸방에 세든 유학생 이중기(29)씨부부를 함께 덮쳤다. 지난해 11월 결혼직후 고베의 YMCA전문학교에 유학온 남편 이씨를 찾아 부인 박연옥(26)씨가 고베에 온 지 꼭 사흘만의 일이다.

 유학생 신분으로 얻을 수 있는 허술한 집이 화근이었다. 폭삭 주저앉은 아파트 건물은 이씨부부를 비롯한 모든 것을 파묻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씨의 형부부가 인근에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생이 걱정된 형부부는 구조대원에게 수색작업을 재촉, 사흘만에 이씨를 기적적으로 구출해 냈다. 그러나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부인 박씨는 그대로 흙더미속에 남겨둬야했다. 2차 붕괴의 위험성과 생존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려면 손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부인 박씨는 이번 지진으로 확인된 첫번째 내국인 희생자가 됐다. 현장에서 넋이 나간 채 부인의 시신이 발굴되길 기다리고 있는 이씨는 『저속에는 아내가 아직도 누워 있어요』라며 말을 잇지못한다.<고베=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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