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평등」위해선 업무조정 필요 얼마전 미원그룹 산하 (주)미원유화(대표 이덕림)는 급여와 승진에서 남녀간 성차별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미원유화는 이를 위해 이제까지의 남녀분리호봉체계를 폐지하고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여사원의 초임을 남자사원과 같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업무 실적에 따라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승진 및 승격에 있어서도 남녀간에 일체의 불평등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능력만 있으면 고졸 여사원도 얼마든지 중역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여성 사무직노동자의 노동 조건은 이처럼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92년 제일은행이 처음으로 여행원제도를 폐지한 이래 93년에는 노동부의 행정지도 강화로 제2금융권과 30대 재벌그룹의 주력기업에서도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한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이 확산됐다.
또 지난해에는 산업증권이 단일호봉제를 채택하면서 여사원들의 유니폼을 없애 가시적인 남녀차별을 없애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여성계는 「아직도 멀었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현실의 문제점을 간과해버리는 바람에 실질적인 남녀 평등을 이루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누적된 차별」. 여성민우회 사무직 여성부 최명숙 간사는 『손쉬운 보조업무에 익숙해있던 여사원에게 바로 남자들과 같은 일을 시키면 차이가 생기는 건 뻔한 이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몇년전부터 일선 영업소에 여사원을 내보냈던 증권업계에서는 새로운 일에 적응하지 못한 여사원들이 직장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반대로 업무조정을 해주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직급은 올랐지만 업무는 여전히 한참 밑의 남자사원만도 못한 단순보조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자연히 여성 장기근속자들은 퇴사까지도 고려하게 되고 인사고과에서도 처지게 된다. 때문에 남대졸 수준으로 올라온 고졸여사원중 대리 승급 시험에 응시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홍은숙 여성부장은 『결국 업무조정과 교육이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실질적인 남녀평등이 가능하려면 변화된 여성의 직급에 맞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회사측 역할을 강조했다.<김지영기자>김지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