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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여진·폭우 또 “공포”/복구현장(일본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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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여진·폭우 또 “공포”/복구현장(일본 대지진)

입력
1995.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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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대피재민 긴급탈출/건물붕괴 등 대형참사 다시 비상/노인 매몰 100시간만에 극적구조 “인간승리” ○…일본 간사이(관서)지방 대지진의 여파가 채가시지 않은 21일밤 9시12분께 최대피해지역인 고베(신호)지역에 리히터 규모 3의 강력한 여진이 또다시 발생하자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고있다.

 특히 지난 강진으로 가뜩이나 지반이 약해진 가운데 이날 발생한 여진으로 이 지역 건물 붕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 향후 복구작업 일정에도 적지않은 차질이 예상되고있다.

 엎친데덮친격으로 고베시 일원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이날밤 일부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 수백명의 이재민이 인근지역으로 긴급대피했다.

 때문에 대피소에 수용된 주민들은 호우에 따른 산사태와 건물붕괴로 또다른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해구조본부 관계자들은 폭우가 내릴 경우 더 많은 산사태와 지반 침하가 예상된다면서 만일의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진 발생 닷새째인 21일 무너진 집더미 속에 아직도 생존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생존자 수색작업이 계속됐다. 그러나 이날 밤늦게 간사이 지방에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어 생존자 구조작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당국의 구조 및 복구작업이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 대해 분개, 엉뚱하게 언론에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이날 아침 고베시내에서는 흥분한 주민들이 시신 발굴 순간을 취재하던 AP통신 사진기자를 발로 차고 카메라를 부숴버리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들은 시신을 확인하는 순간 감정이 폭발, 『어떻게 이런 때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고 항의하며 달려든 것이다.

 ○…고령의 한 노인이 매몰된 지 1백시간만에 구출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후지와라 고로로 알려진 이 노인은 21일 상오 11시 10분께 고베시 나가타(장전)구의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생매장」돼 있다가 이웃에게 발견돼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노인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심한 탈수증으로 몸이 몹시 쇠약한 상태이지만 생명에는 아무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에서 공수된 탐색견이 생존자와 시신을 찾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일 하루동안 구조반은 모두 35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는데 스위스구조반이 데리고 온 12마리의 탐색견이 생존자 1명과 15구의 시체를 찾아냈다.

○모포없어 새우잠

 ○…이재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고베시의 각종학교등 임시수용소에는 최근 발열과 설사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 의료진들은 인플루엔자등 독감이 유행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재민들은 먹을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데다 모포가 부족, 강당등에서 추위에 떨며 새우잠을 자고 있는데 의사들은 『피난민들의 영양상태가 좋지않고 피로가 겹쳐 있기 때문에 상당수가 감기에 걸려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집단으로 몰려 있고 날씨도 차가워 쉽게 감염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들은 이미 많은 수가 고열 증세를 보이고 있어 독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고베에 사는 마리 모리타씨(29)는 지난 17일 지진이 일어나기 수시간전 출산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바람에 겨우 생명을 건진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대책 갈팡질팡

 ○…자위대 늑장출동 등 초기 단계의 정부 대처가 매우 허술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 일본 총리는 20일 오자토 사다토시(소리정리) 홋카이도·오키나와(북해도·충승) 개발청 장관을 이번 지진 전담장관으로 전격 임명, 오자와 키요시(소택결) 정부 재해대책본부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무라야마총리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에 대한 비판을 오자와장관을 희생양 삼아 무마시키려 한다고 판단, 못마땅한 반응이다.

 무라야마총리는 지난 19일 재해 대책으로 긴급입법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가 이튿날 이를 번복,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도쿄·고베=이재무·이창민·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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