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에너지 등 급한불은 끈셈/일·중·러 경협진출 촉진시킬듯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북한의 경제가 미국의 대 북한 경제규제완화조치를 계기로 회생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경제가 회복국면으로 전환되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조치는 비록 제한적이고 상징적인 의미에 그쳤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외적인 개방으로 나서는 문을 미국이 열어 준 셈이다. 이번 조치의 내용에는 예상대로 미국기업들의 투자와 직교역, 금융거래, 대북원조허용조치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으로서는 이같은 실질적인 완화의 내용들을 담보로 남북대화의 재개및 북·미합의문의 이행과정을 지켜 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북한이 이번 조치로 당장 얻는 실익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량 에너지 통신등 3대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미국기업의 통신분야진출이 허용돼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는 물론 전국을 연결할 통신망설치가 가능해진데다 마그네사이트 수출로 매년 1천만달러규모의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이미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은 11억달러어치의 밀과 3억5천만달러상당의 쌀을 사들일 수 있게 된다. 이미 기본합의서 내용대로 발전소연료용 중유 1차분 5만톤을 받은 상태여서 에너지사정도 나아질 전망이다. 급한 불은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조치의 효과는 내용이 담은 구체적 이득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더 많이 나온다. 즉 이번 조치가 북한의 경제난을 지원하는 형태로 주변국들과 관계개선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기업의 대북투자는 일본등 서방기업들의 진출을 부추길 것이고 미국과의 지나친 접근을 막기 위해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실적은 생산력저하와 외화부족으로 대폭적인 감소추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실적으로 보면 중국과의 교역은 4억7천5백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9.6%가 줄었고 홍콩과도 22.5%가 감소한 5억달러에 불과하다. 러시아와는 6천만달러로 50% 가까이 줄었다. 교역의 상당부분이 식량 원유등임을 감안하면 북한의 경제사정악화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외국기업들의 진출에는 북한의 채무 불이행이나 미약한 투자여건등이 당분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제조업분야보다는 기존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임가공생산분야와 사회간접시설 개발분야에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북한은 서방국가들과 경제협력에 치중, 당분간 남북경협에는 소홀히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외협력에서 정치적 부담이 적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등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있고 그 다음이 미국등 서방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측이 남한에 대해 정경분리정책을 버리지 않고 정부차원의 대화를 계속 거부한다면 실질적인 경협은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경협은 당분간 위탁가공형태의 협력사업수준에 머무를 공산이 크고 직접투자같은 본격적인 남북경협은 남북정상회담등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해를 넘길 수도 있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북 마그네사이트·통신/매장량 세계최대 전략수출품/북·중서 수출독점… 우주산업 필수재료/백인당 전화보급율 3.7… 낙후면할 호기
미국이 북한으로부터의 직교역 수입 1호품목으로 선택한 마그네사이트는 북한이 판로를 찾기 위해 애써온 전략수출품목.
희귀금속인 마그네사이트는 중국과 북한이 사실상 유일한 수출국이다.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세계최대인 65억톤이다.
북한은 김일성이 현지지도를 하면서 『마그네사이트는 백금이다』라고 지시한 70년대이후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제품의 고급화를 시도해 왔다. 일명 「백금산」으로 불리는 함남 단천 용양광산은 개발후 50년이 지난 지금도 노천채굴이 진행되고 있고 함북 길주에도 광산이 널려 있다. 북한은 마그네사이트를 함남 대흥 청년광업종합기업소등에서 1차 가공해 수출해 왔다. 미국과 판로가 막혔을 때는 소련과의 교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동구권몰락이후에는 중국이 사실상 판매시장을 독점해 왔다. 마그네사이트는 밀도가 알루미늄의 3분의 2정도로 낮고 2천8백도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뎌 우주산업, 용광로의 내화재등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조치에는 북·미간 통신허용뿐 아니라 전화전신 연결을 위한 미국기업과의 거래허용도 포함돼 있다.낙후된 북한의 통신 개발이 활기를 띨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은 88년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디지털및 광통신분야의 양적확대와 전화2백만 회선 증설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93년 기준으로 전화 60여만 회선증설에 머무르고 있다. 북한이 92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인구 1백인에 전화보급률은 3.7회선으로 중국(0.76회선)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화의 90%가량이 공공용이어서 일반주민들은 체신소(우체국)의 공중전화를 이용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북한은 89년부터 유엔개발기구(UNDP)등의 지원을 받아 「전기통신 현대화 사업계획」을 추진, 지난18일 평양―함흥 광케이블 시스템과 자동중계장치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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