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난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나 역시 「돈장사만한 장사가 없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한국은행은 19일 지난해 전국 24개 일반은행의 업무이익(총이익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이 전년보다 61% 늘어난 4조6천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식매매이익은 1조원이 넘어 전년보다 1백83%나 늘어났다. 은행들이 이처럼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금융상품의 판매구조가 달라진데다 자산운용을 잘 했기 때문이다. 예·적금보다는 금리가 높은 신탁상품에 돈이 몰렸고,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고금리 신탁상품을 내놓아 이를 부추겼다. 높은 금리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높은 수익을 내야 하는데 지난해 한참 떠오르던 주식시장은 이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은행들의 주식투자규모가 크게 늘자 한국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에 대해 주식투자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차례 했다. 은행들이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해줘야 할 돈으로 재테크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또 법정 지급준비금도 제대로 쌓아놓지 않으면서 주식투자에 열중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했다. 그러나 법정 한도내에서 주식투자를 하는데 무슨 소리냐는 은행들의 주장에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은행들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출세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이 남아돌았다. 하지만 대출문턱이 높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난해 예대금리차는 전년보다 0.4%포인트나 커졌다. 은행이 마진을 0.4%만큼 더 챙겼다는 뜻이다.
은행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그냥 사기업으로 볼 수만은 없는 특수성이 있다. 만성적인 돈가뭄과 고금리를 생각하면 은행은 역시 기업(제조업)에 대해 우위에 있다. 은행의 유례없는 호황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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