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세계 북체제인정 “상징적 조치”/미의회 「핵합의」제동 등 변수도 많아 미국정부는 20일(한국시간 21일) 북·미간 제네바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로 북한에 대한 일련의 경제제재완화 조치를 발표한다. 북한과의 통신및 금융거래를 비롯해 기업인들의 방북을 점진적으로 허용하고 무역및 투자장벽의 일부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질 것으로 알려진 이번 조치는 미국이 적성국을 향해 굳게 닫아 걸었던 관계개선의 빗장을 푼다는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10월 제네바에서 두가지 관계개선안에 합의했다. 그중 하나는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각각 개설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역및 투자제한조치를 해제키로 한 것이다. 물론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완화조치는 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부차적인 조치란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북·미간의 지속적인 경제교류와 그 결과는 어디까지나 제네바 협상 타결내용의 성실한 이행여부와 맞물려 있다. 더욱이 공화당우위로 재편된 새로운 미의회 환경은 클린턴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당근정책을 녹록지 않게 견제할 것인 만큼 실질적인 북·미경제교류의 전망을 예단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19일 시작된 미의회 북핵 청문회에서도 벌써부터 공화당의 「핵 검증」태세가 만만치 않게 감지되었다. 공화당은 특히 남북관계개선을 북·미관계개선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갈수록 무게를 싣고 있다. 헬름스상원외교위원장과 머코스키 에너지위원장등과 같은 강경파 인사들은 『남북대화의 진전 없이는 경수로관련협상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게임의 룰을 정해 나가고 있다.
한국측의 나웅배 국회외무통일위원장도 이날 미의회를 방문, 청문회 참관에 앞서 『한국이 경수로 협상에서 또다시 소외 당한다면 이는 굴욕이며 그럴 경우 분담금공여는 재고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은 경수로 협상의 중심역을 맡아야 하고 이를 위해 남북대화의 재개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입장을 미의회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
결국 미국이 발표한 대북경제제재 완화조치는 북·미간 관계개선의 단초라는 상징성이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겠으나 그 자체만으로 전반적인 관계개선의 전도를 낙관하긴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조치가 일부 제한적인 내용에도 불구, 북한으로 하여금 시장경제체제의 도입을 시험하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 동참및 개방정책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구체적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평가를 간과할 수는 없다. 나아가 북·미 양측간의 뿌리깊은 적대관계를 개선하는 노력과 이에 따른 인식의 변화를 대내외에 선보이는 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봐야한다.
미국은 지난 50년대부터 북한을 적성국, 테러지원국, 전략물자 확산국등으로 분류해 무역·투자등 경제교류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다. 다만 지난 88년 「7·7 선언」이후 수출금지조치중 극히 일부를 완화했으나 최근 핵문제가 불거져나오며 북·미간 경제교류는 사실상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열리는 미국과 북한간의 무역·투자의 길이 본격적이고 전면적인 정치·경제관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숱한 과제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워싱턴=정진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