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안 견해 안밝히고 현실수용/시효정지 인정 5·18수사 영향 헌법재판소가 20일 12·12사건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12·12사건에 대한 사법적 절차는 『죄는 있으나, 처벌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문민정부의 결론대로 일단 마무리됐다.
물론 헌재는 대통령 재직중의 공소시효 정지를 인정, 이론적으로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향후 5∼7년간 기소가 가능해졌다. 검찰의 처분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기판력이 없어 정치상황이나 정권의 변화에 따라 공소시효안에는 언제든지 수사를 재개, 기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잠재적 가능성에 불과할 뿐이다. 검찰이 12·12를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서도 기소유예처분이 사회안정과 국가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한 자세를 적어도 현 정권하에서 번복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보면 헌재는 결국 논란의 핵심인 본안에서는 검찰의 손을 들어주되 공소시효 부분에서는 헌법소원 청구인들과 재야 법조계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절충안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정치적 부담도 덜고 양측의 비난도 피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헌재는 대통령 재직중 공소시효 정지의 근거를 대통령의 재직중 불소추권을 인정한 헌법 제84조의 근본취지에서 찾고 있다. 이 규정은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특수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국가의 체면·권위를 유지해야 할 실제적 필요 때문에 재직중에만 특권을 부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등에 명문규정이 없더라도 형사소추가 불가능한 범죄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전두환 전대통령의 공소시효는 대통령 재직기간인 7년5개월24일간 진행이 정지돼 2001년에야 만료되므로 12·12사건으로 기소가 불가능하더라도 현재 검찰수사중인 5·18사건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아직까지 이 사건의 공소시효를 못박지는 않았으나 잠정적으로 오는 5월 18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12·12사건의 내란죄 성립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채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각하결정했다. 내란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인 「폭동행위」는 79년 12월13일 아침 국방부장관의 담화문 발표 시점에 종료된 만큼 15년이 지난 지난해 12월11일 공소시효가 완성돼 범죄성립여부를 판단할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군형법상 반란죄에 대해서도 헌재의 분명한 견해를 밝히기 보다는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를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쪽을 택했다.
즉 피의자들의 행위가 헌정사를 왜곡하는 군사반란으로 국민들에게 좌절을 안겨주고 헌정사에 왜곡과 파행의 오점을 남겼지만 이를 계기로 등장한 두차례 정권과 국정수행 결과가 이미 역사의 일부이자 정치 사회적 질서의 근간으로 자리잡은 마당에 그 주역들을 처벌하는 것은 국론분열과 대립은 물론 국민들에게 다시 상처를 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헌재는 12·12 주역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측과 검찰의 논리를 「양자간의 가치의 우열이 명백하지 않다」고 절묘하게 표현, 타협적 결론을 내렸다.
이세중 대한변협회장등 재야법조계 인사들은 『대통령 재직중 공소시효 정지를 결정한 것은 헌법에 근거한 적절한 판단으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헌재가 정치적 타협점을 찾기에 급급, 내란죄 성립여부에 대해서는 심도깊은 심리조차 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이희정기자>이희정기자>
◎「12·12」 헌재결정 요지
1,대통령재직중 공소시효 정지여부=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헌법 규정은 대통령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국가의 권위를 유지해야 할 필요 때문에 재직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의 진행은 정지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피의자 전두환에 대한 군형법상 반란죄등에 관한 공소시효는 대통령으로 재직한 7년 5월24일간은 진행이 정지돼 2001년이후에야 완성된다.
2,「기소유예」처분에 관한 판단=「기소유예」처분의 당부를 판단하는데는 두가지 사실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는 피의자들의 범행이 군권(군권)장악을 위한 하극상의 군사반란으로서 국민들에게 좌절감과 굴욕감을 느끼게 했고, 헌정사에 왜곡과 파행의 오점을 남기게 한 범죄행위이며, 피의자들이 궁극적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바 없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행이 계기가 돼 피의자들중 두 사람은 대통령으로서 십수년간 국정운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고, 그 기간동안 형성된 질서는 우리 역사의 일부로 자리잡아 싫든 좋든 정치 사회 전반에 걸친 기성질서의 근간을 이루어 왔다.
첫번째 사실은 기소방향으로 작용하는 사유다.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과거의 청산에 철저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하고, 국민들의 법감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제2, 제3의 군사반란에 충분한 경고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정권이 창출되고, 그 정권과 국민의 타협으로 다음 정권이 들어서고, 다시 새로운 정권과 야당의 연합으로 현재의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현재의 헌법과 골격을 같이하는 헌법아래서 대통령직을 수행한 피의자들이 범죄자로 처벌된다면 그들이 직무상 행한 수많은 결정과 처분의 정당성이 한꺼번에 부정됨으로써 국정전반이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또 피의자들의 통치아래 십수년간을 살아 왔고 한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국민들의 자존심과 체면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가하게 되고, 재판과정에서 어두운 과거사의 재연으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증폭됨으로써 국민정서의 혼란과 국력 낭비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위 두가지 사실을 대비할 때, 기소사유가 갖는 의미도 중대하지만, 불기소사유가 갖는 의미 또한 가볍다고만 단정할 수 없고, 양자간의 가치의 우열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검사가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을 한 것을 기소편의주의가 예정하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 난 것으로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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