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물부족여전… “화장도 못해”/65세노파 애견짖어 53시간만에 구조/신간선·일부도로망 개통… 본격 “재건” ○…폐허를 딛고 일어서려는 일본인들의 재건노력이 지진발생 나흘째인 20일부터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복구계획 및 이에 따른 재정지원조치등 구체적인 정책수립에 착수하는 한편 그간 불통됐던 일부 철도 및 고속도로가 개통됨으로써 피해복구 움직임이 가일층 활발해지고 있다.
교토(경도)―신오사카(신대판) 신칸센(신간선)철도운행은 이날부터 재개됐고 고베(신호)를 제외한 나머지 간사이(관서)지역 대부분의 고속도로도 소통이 가능해 졌다. 또 고베지역으로 통하는 간선도로와 국도등에도 일반차량의 통행이 금지된 가운데 구호물자수송 및 복구차량들이 분주히 달리고 있다.
○수용소마다 추위고통
지진발생직후 유난히 이재민들을 괴롭혔던 영하의 추위도 이날 낮부터 영상1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면서 한결 포근해 졌다.
고베로 향하는 유일한 거점인 오사카의 한신(판신) 우메다(매전)역은 새벽부터 이재민들을 찾기 위한 친지들의 인파로 물결치고 있다. 이들 승객의 대부분은 라면상자와 5ℓ들이 물통, 쌀과 야채, 전기밥솥등 구호물품을 가득 짊어지고 있어 고베로 향하는 열차는 흡사 「구호물자수송열차」가 된 느낌이다.
○…그러나 고베시 재해대피소에 임시수용된 시민들은 구호노력이 본격화했음에도 불구, 아직도 생필품 부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나 체육관에 수용된 29만명의 이재민들은 화재위험에 따른 가스공급 중단으로 난방이 안되는 비좁은 곳에 빽빽이 수용돼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녹이고 있고 그나마 자리를 못얻은 이들은 자동차 안이나 노상에서 잠을 자고 있다. 정부가 트럭과 헬기로 구호물자를 고베시로 부지런히 실어나르고 있지만 식품과 식수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심지어는 시신들을 처리할 영안실이 모자란데다 화장에 필요한 기름과 물도 없어 시체처리에 고충을 겪고 있다.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피해가 커졌다고 생각한 이재민들은 당국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매몰현장에서 무려 64시간만에 구조된 한 남자는 『2시간이면 구조될 줄 알았는데 사흘이나 걸렸다』면서 불만을 털어놨다.
구조반들은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생존자를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지진 발생 사흘째를 맞으면서 생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구출된 사람들의 일화도 적지 않다. 애견과 함께 혼자 살다 지진으로 건물잔해에 깔렸던 65세의 할머니가 애견의 도움으로 53시간만에 목숨을 건졌다. 고베시 히가시나다(동탄)구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던 아마카와 지요코(천천천대자)씨는 지진발생당시 지병인 당뇨병으로 잠을 못이룬 상태에서 무너진 지붕의 서까래에 깔렸다.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데다 당뇨병으로 목이 말라붙어 전혀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였다.
○탐색견도 대활약
그러나 집앞에 키우고 있던 애견 「뽀치」가 지진이후 자리를 뜨지 않고 주인이 깔린 집더미를 향해 계속 짖어대고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 경찰에 연락해 비로소 어둠속에서 구조됐다. 7층짜리 맨션이 완전붕괴된 잔해더미속에서 지진발생 57시간만에 국민학교 3학년생이 기적적으로 구출되기도 했다.
니시미야(서궁)시 고시엔구치기타료(갑자원구북정)의 맨션에 살고 있던 회사원 야마타 미노루(산전)씨의 외아들 신스케(진보)군(11)은 이 맨션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이 시작된지 이틀만인 19일 상오에 파자마차림에 이불을 뒤집어 쓴 모습으로 발견돼 구조됐다.
구조지원을 위해 스위스정부가 파견한 12마리의 탐색견의 활약도 대단했다. 이들 개는 현지에 도착한 첫날 고베시에서 최소한 5구의 시신를 발견하는 공로를 세웠다.
○홍등가 가장 큰 피해
○…이번 지진의 가장 극심한 피해를 당한 지역은 고베시중심가의 홍등가로 알려져 『신의 분노를 샀다』는게 주위의 촌평. 불과 수일전만해도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으로 고베시의 밤거리를 유혹했던 이 홍등가는 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파괴돼 온전히 서 있는 건물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폐허로 변한 이 곳에는 현재 「가르보」 「누드클럽」 「정열」등 요란한 클럽간판만이 부서진채 나뒹굴고 있다.<고베=이창민특파원>고베=이창민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