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수업방식 지양 “몸소 체험” 『교육이 오늘의 일본을 만들었구나』 일본 교육현장을 둘러보고 나면 누구나 이 말을 한다. 일본의 교육은 인간과 사회를 먼저 생각해 왔고, 교육에 관한한 아무리 그 효과가 미미해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93년 일본은 공공투자확대를 위해 10조엔규모의 「신사회자본부문」을 신설했다. 미래의 일본을 위해서였다. 그 안에 교육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교육예산만도 5조9천여억엔으로 교육부문이 총예산의 8.2%로 우리나라 교육예산 숙원인 5%를 넘어선지 오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에 관한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입시지옥은 계속되고 국제화교육 열풍에 휩싸여 있는 일본의 보육원에서 대학까지의 교육현장을 찾아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초등교육은 일본, 중등교육은 독일 프랑스등 유럽, 대학교육은 미국』이란 얘기가 있다. 그만큼 일본의 국민학교 교육수준은 세계 최고로 정평이 나 있다. 완벽한 무상 의무교육, 우리가 보면 놀랄 정도의 자율과 인간·사회성 교육이 정직하고 조화로운 인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게 한다.
도쿄(동경)중심부 신주쿠(신숙)구 도쓰카(호총) 제3소학교를 찾았을때도 이같은 느낌이 피부로 전해졌다.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도쓰카 제3소학교는 신주쿠구가 운영하는 35개 공립학교중의 하나다.
전교생이라고 해야 10개반에 2백38명. 함께 운영되고 있는 유치원은 원생이 20여명에 불과,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낮은 출산율(평균 1.7명)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반면 교사수는 15명이나 돼 학생 17명당 1명꼴이다. 여기에 양호주사, 약제사등을 합치면 32명이나 된다.
도심의 공동화와 출산기피로 학생수는 매년 10%정도씩 줄어 들어도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그대로다. 일본전체의 교사대 학생수의 비율도 이와 비슷하다(94년 문부성 통계).
24년간의 평교사, 5년간의 교감생활끝에 지난92년 이 학교에 부임한 하라다(원전민행·54)교장의 첫마디는 『어린이 하나하나의 마음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지식의 가르침이 아닌 정서와 인성,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원칙을 단적으로 강조했다.
『가치관정립이 막 시작되는 국민학교 때에는 인간성을 존중하고, 민주시민으로서 바르게 생활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하라다교장은 강조한다. 그것이 말뿐이 아님은 교과계획표와 교실, 운동장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방법 또한 단순한 외우기 주입식이 아니다. 몸소 체험시키고 토론을 통해 이해하는 민주적 체험방식을 택한다.
2학년 생활과 수업현장은 체육관이다. 요란한 망치소리가 목공시간임을 알려준다. 만들 대상을 정해 4∼5명씩 협동작업을 해나간다. 배를 만드는 남자아이들, 부엌기구를 만드는 여자아이들, 활을 만들어 과녁에 쏘아보는 어린이. 모두 제각각이다. 체육복차림의 담당여교사 스즈키(영목·47)씨의 모습을 찾다 한참후 망치질하는 아이들속에서 발견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만들고 있는 것은 쇠구슬을 퉁겨올려 점수를 높이는 전자오락기구. 스즈키교사는 이를 못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틀린 부분을 바로 고치도록 열심히 도와 준다.
『나무로 무엇을 만드는게 처음입니다. 그래서 무얼, 어떻게 만들까부터 재료를 어떻게 마련할까까지 아이들과 상의해 결정했 습니다. 중요한건 스스로 만드는 기쁨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스즈키교사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가정에서 혼자인 아이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서로 돕고 양보하는 마음을 가르치기 위해서』 최근 공작시간이 부쩍 늘었다고 소개했다.
교사는 그저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고 그 아이가 가진 독특한 것들을 개발하도록 뒤에서 도와주기만 한다.
4학년의 도공시간이나 천칭을 갖고 농도에 따른 액채의 무게 변화를 실험하는 5학년 이과시간도, 미야시타(궁하·37)음악선생이 4∼6학년 62명으로 구성한 연주단의 연습시간도 모두 마찬가지다.
3학년 산수시험시간에도 선생은 감독을 하기보다는 문제를 풀지 못하는 아이들을 찾아 다니며 가르쳐 준다. 성적표가 없을 뿐더러 어차피 누가 얼마나 문제를 많이 맞히느냐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는 보호자회(PTA)로 대표되는 학부모와 사회도 한마음이다. 자모회는 극성을 부리는 압력단체가 아니라 학교 일을 도와주는 자원봉사단체이다.
스승의 날이 없는 일본의 국민학교에서는 대신 노동감사집회란 특이한 행사가 있다.
11월24일 노동감사절 다음날 아이들이 그동안 자기들을 위해 일한 사람들, 이를테면 교사는 물론이고 청소부, 식당아주머니 심지어 교통경찰, 피난훈련을 도와준 소방수까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떤 학교는 교사는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초등교육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부모들의 과보호와 「이지매」라는 따돌림과 학대로 등교거부자가 늘고 있고 일반기업체와 같이 토요일 휴일 바람이 학교에까지 불어와 내년부터는 한달에 한번만 토요일에 등교, 수업시간 부족에 봉착하고 있다.
여기에 입시를 염두에 두고 사립학교와 같은 학과수업을 강화, 과외부담을 줄이자는 의견과 사립학교 진학선호등이 얽혀 일본국민학교의 인간교육이 흔들린다는 여론도 만만찮다.<도쿄=이대현기자>도쿄=이대현기자>
□일본 기동취재반
박래부 (문화2부 부장)
이상호 (경제1부 기자)
박상준 (전국부 기자)
황영식 (도쿄지사 기자)
이대현 (문화2부 기자)
장현규 (정치1부 기자)
박광희 (주간한국부 기자)
최성욱 (사회2부 기자)
오대근 (사진부 기자)
손덕기 (도쿄지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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