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이래 정가를 뒤흔들었던 민자당의 내분은 김종필씨가 당대표위원직 사퇴를 표명함으로써 일단 가라앉았다. 김대표의 사퇴는 1990년 1월21일 이뤄졌던 민자당의 3당합당구도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음을 의미한다. 파국직전에서 민주당이 집안싸움을 극적으로 수습한데이어 민자당의 내분이 일단 수습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내홍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다. 이번 김종필대표의 위상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책임있는 대집권당답지않게 국민에게 적지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차제에 「대표직에서 내 보내야 한다」며 몰아붙인 당의 실세측이나 지분을 내세우며 「못나가겠다」고 버티며 벌였던, 감정까지 얽힌 공방은 결코 합당한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다.
최근 악화된 상황으로보아 2월초 전당대회에 앞서 김씨의 태도표명은 예상됐던 것이며 또 탈당이라는 마지막 결단에 앞서 대표직사퇴를 선언한 것은 많은 고려를 했음이 분명하다.
장차 김씨가 택할 방향은 대체로 3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당에 있으면서 평당원·평의원으로 묵묵히 백의종군하는 것이다. 둘째는 역시 당고문직등을 수용하되 구공화계 및 당내소외세력들을 이끌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다. 셋째는 탈당해서 신당결성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김씨는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앞으로 내 갈길을 갈것』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미국을 다녀온후 전당대회전까지 특유의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이 시점에서 탈당은 미룬채 대표직만을 사퇴한 것은 당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측의 모종의 조치를 기대하는 한편 여론의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갖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김씨의 2선후퇴―모든 당직서의 완전배제를 추진해 온 지도부는 대표직사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전당대회때까지 중앙상무위의장에 의한 대표대행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과연 뒤늦게나마 화해가 가능할지 아니면 끝내 결별하게 될지는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칫 징계나 탈당, 그리고 비난과 과거털기식의 공방이 재연될 여지가 있고 그럴 경우 정국은 또 한번 시끄럽게 될게 틀림없다.
야당의 권력투쟁과 함께 근2주이상 계속된 집권당의 진통은 국민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준게 사실이다. 나라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현안들이 산적한데도 정치권이 집안내분으로 시간을 보낸 것은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따라서 책임있는 집권당답게 민자당은 국민이 지니고 있는 혼선과 당혹감을 과감한 자기개혁―당의 현대화로 불식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이제 민자당은 아직도 불씨가 남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당대회를 통해 어느정당보다 모범적인 민주정당, 대집권당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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