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표엔 “차기주자 아닌 실무중진” 유력/계파퇴색… 총선전후 세력재편 나타날듯 김종필 민자당대표가 19일 대표직을 전격사퇴함으로써 3당합당의 산물인 민자당의 정립적 역학구도는 완전히 청산됐다. 지난 92년 9월 노태우전대통령이 중립적 대선관리를 내세워 탈당한데 이어 김대표도 탈당 및 신당창당의 첫단계로 대표직을 물러난 것은 「한지붕 세가족」의 당운영체제가 막을 내린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집권당이 민자당의 간판을 내리고 「YS(김영삼)당」으로 탈바꿈하는 서막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앞으로 집권당은 어떤 인적 진용을 짜게 될 것이며 운영방식은 어떻게 변모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자제선거―총선―대선으로 이어질 향후 정치일정과 정치권의 세력판도변화등 잠재적 뇌관과 변수를 감안할때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우며 장단기적 전망도 여러갈래로 나뉠 수밖에 없다.
우선 지자제선거를 포함한 연말까지의 단기적 분석은 후임 당대표에 누가 앉느냐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는 김씨시대를 메울수 있는 정치인력들이 채 길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김대표를 퇴진시킴에 따라 여당에 대한 김대통령의 직할 또는 친정체제가 강화되리라는 관측과 맥을 같이한다.
이와 관련, 여권소식통들의 견해는 몇가지로 좁혀진다. 첫째는 김대통령의 집권중반기 정국관리 복안으로 미뤄 볼 때 이번에 임명될 당대표에게 차기주자의 무게와 색채가 실리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때문에 최형우―김윤환―이한동의원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트로이카 체제를 흔들지 않기 위해 계파색이 옅은 원내의 실무형 민정계중진이 당대표에 기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이춘구 국회부의장등의 이름이 부쩍 거명되는 것은 이같은 배경을 깔고 있으며 이 경우 대표가 총재로부터 위임받은 당무사항을 핵심당직자들과 협의해 처리하는 「병렬적」 지도체제가 되리라는게 지배적 견해이다. 바꿔 말해 새로운 리더십은 지자제선거에 초점을 맞추는 잠정적 성격을 띠게 됨으로써 당내 중진들간의 파워게임등 갈등요인을 없애고 권역별로 잠재적 차기리더들이 선거를 책임지는 구도로 갈것이라는 얘기이다.
이같은 구도는 현시점에서 당내 역학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것을 원치않는 김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당운영의 민주화 ▲정책정당화 ▲전문가집단의 충원이라는 김대통령의 당세계화 구상에서 볼 때 김대표퇴진은 첫단계에 불과한 만큼 지금은 정치색보다 세대교체등의 핵심적 과제를 처리할 수 있는 테크노크라트적 성향의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잠정체제의 수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재편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차기주자의 부상에다 개헌문제등 굵직한 쟁점들이 표면화될 총선전후의 시기는 분명한 리더십을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는 트로이카체제가 급속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이며 계파적 관점대신 주류와 비주류로 집권당세력이 분화되는 현상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고위소식통은 이와관련, 『김대통령의 민자당구상의 끝은 세대교체』라며 『지자제선거가 중요한 모멘트인 것은 사실이나 정국운영의 핵심축은 총선』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김대표의 퇴진이후 여당에 3당합당식의 계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주류와 비주류로 세력이 재편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정치색은 옅지만 김대통령의 힘을 업은 실무형의 중진이 당을 장악하며 당세계화작업을 마무리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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