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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들 생활터전 산산이…/4백여 신발공장 숯더미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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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들 생활터전 산산이…/4백여 신발공장 숯더미 “망연자실”

입력
1995.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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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포 우리가 돕자” 구호품 답지 전후 최대의 간사이(관서)대지진은 고베(신호)시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의 생활터전을 완전히 빼앗아 가버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고베시 나가타(장전)구는 일제시대 정처없이 고향을 떠나온 교민들이 피와 땀을 바쳐 이룩한 신발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1만여 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지진 발생 사흘째인 19일 교민들이 경영했었다는 4백여개의 신발공장은 앙상한 철골만 남긴채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고 망연자실한 교민들이 폐허더미위에 넋을 놓고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변형규(48)씨는 『이번 지진으로 선대부터 피땀흘려 일군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가타구에 설치된 피난민 수용소 가운데 시립 가구라(신락)소학교에서 몸을 의탁하고 있는 그는 『우리 교민들은 가구라소학교와 오하시(대교)중학교등에 주로 수용돼 있다』고 전했다.

 나가타구의 가구라 소학교 주변은 이른바 한국인 거리였던 곳으로 집과 건물이 모두 파괴돼 도로나 골목 자체가 없어진 곳이 태반이고 곳곳에서 자위대와 경찰이 생존자 확인 및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했던 평화고무공장은 무려 건평 2천평에 4층짜리 건물로 16개 하청및 관련업체를 입주시켜 왔는데 이번 지진으로 2개층이 무너져 흉칙한 2층건물로 변해 있었다.

 이날 정식으로 지진대책본부를 설치한 고베 민단본부는 고베 동쪽에서 오는 구호물자는 오사카(대판)에서, 규슈등 서쪽에서 답지한 물품은 히메지(희로)에서 수거해 피해가족들에게 전달키로 했다. 민단본부는 이날 오전만 해도 귤 2트럭, 라면 수백박스, 가스곤로, 담요들을 수용소 교민들에게 배포했다.

 민단본부의 구호작업을 돕고 있는 지영이(27)씨는 『우리동포는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느냐』며 라면들을 실은 봉고차를 몰고 민단본부와 수용소를 오가고 있다.<고베=이창민특파원>

◎고베 한국총영사 인터뷰/“전기 복구안돼… 집기 모두깨져/교포지원에 고국온정 기대”

 효고(병고)현 민단본부와 총영사관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정확한 교민피해상황 파악과 대책을 마련키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배우곤(배우곤) 고베총영사에게 현지상황과 대책을 들어봤다.

 ―총영사관 상황은.

 『전화가 불통됐다가 18일밤에야 겨우 연결됐다. 한동안 외부와의 연락이 끊겼지만 지금은 영사관 휴대전화 3대와 차량전화 1대로 겨우 피해자 확인작업과 외부연락에 사용하고 있다』

 ―영사관 직원들의 피해는.

 『직원들 집이 다소 부서진 정도이며 인명피해는 없다. 지진당시 영사관숙소에 여직원 2명이 자고 있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놀라 잠옷 차림으로 대피하는 소동도 있었다. 영사관내 집기 책상등이 모두 엎어지고 깨졌다』

 ―앞으로의 대책은.

 『현재 14명의 직원이 모두 출근하고 있지만 전력공급이 안돼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영사관 앞에 있는 전주가 무너져 임시 가설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텔렉스가 불통이어서 서울과의 문서교환은 도쿄(동경)와 오사카를 경유해 하고 있다. 교민들의 상황과 신상파악이 최우선 과제다』

 ―피해를 당한 교민들에 대한 지원책은.

 『현재로서 뚜렷한 지원책은 없지만 인근교민들이 김밥이나 음료수, 모포등을 지원하는 등 동포애를 베풀고 있다. 도쿄의 민단중앙본부를 통해 교포들의 정성을 모으는 방법도 검토중이다. 서울에서 국민들의 따뜻한 온정이 있었으면 한다』<고베=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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