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한정합헌」 결정따라 91년 법개정 불구/애매한 표현… 수사기관 법남용소지 판단/순수이념단체 인식전환 관심 부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박태범 부장판사)가 17일 국가보안법 제7조의 위헌(위헌)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것은 91년 5월 개정당시부터 위헌시비가 있었던 이 조항을 법원이 직권으로 문제삼은 점에서 주목된다.
국보법 7조(찬양·고무등)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선전·선동한 자는 7년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80년 국보위 입법회의에서 제정 당시 구반공법 조항을 그대로 수용, 「반국가단체에 이롭다는 인식」만 있으면 처벌하도록 규정해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의한 남용이 문제됐었다.
헌법재판소는 90년 4월 이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국가존립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해를 줄 위험이 있을 때만 처벌해야 합헌』이라고 「한정합헌」결정을 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정부는 91년 5월 국보법 7조 1항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이란 부분을 삭제하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범죄구성 요건을 추가했다. 또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선전·선동한 자」를 처벌대상에 추가했다.
그러나 이 법개정에 대해 재야 법조계는 『헌재가 「명백한 위해를 줄 위험이 있을 때만」처벌할 수 있다고 했는데도 개정조항이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헌재 결정취지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할 목적으로」라는 문구도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지법 제3형사부의 위헌심판제청 결정이유는 90년 헌재의 「한정합헌」결정 요지와 거의 같다. 재판부는 『기본질서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사상·의견을 표명하는 것도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 없는한 허용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존재이유』라고 밝혔다.
또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문제의 국보법 7조를 적용해 기소한 「국제사회주의자」그룹사건 피고인들에 대해 『노동자들이 지배계급이 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과격한 방법을 내세우고 있으나, 구체적 실천을 준비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순수한 이념단체』라며 『이들의 사상과 표현물을 과감히 허용, 사상적 경쟁을 거쳐 현실정치에 순응케 함으로써 상징적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이념단체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과 대응방법에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헌재가 위헌심판에서 어떤 결론을 내든 법원의 위헌심판 제청은 검찰등 수사기관의 엄격한 법적용을 촉구하면서 국보법 존폐논쟁을 재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부산=박상준기자>부산=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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