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잡기」는 올해 정부가 정한 최대 경제운용목표였다. 지난 9일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재정경제원은 금년엔 성장보다는 안정이 먼저임을 분명히했다. 한국은행도 총통화증가율을 작년보다 낮게 정해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역설했었다. 당국자 표현의 행간을 보면 올해는 사실상 「긴축의 해」였던 것이다. 그러나 연초 금리폭등 주가폭락등 자금시장 불안지수가 높아지자 통화당국은 17일 시장진정을 위해 당분간 돈을 신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말이 「신축적」이지 결국 (최소한 1·4분기중엔) 돈을 충분히 풀겠다는 반안정·반긴축으로의 선회였다. 인플레를 우려하며 강한 안정화시책을 펴나가겠다고 목청을 높인지 불과 8일만의 일이었다.
돈 좀 방출한다 해서 안정의 골격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게 당국의 주장이다. 어차피 1년 내내 돈줄을 죌 수는 없고 오히려 제대로 안정책을 펴려면 시장불안에 탄력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래로 막을 걸 미리 호미로 막는다」고도 말하고 있다. 말이야 맞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은 너무 자주 불안하고 당국은 너무 탄력적이라는데 있다. 아무리 돈사정이 좋아도 긴축이란 말만 나오면 금리가 치솟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는게 우리 자금시장이다. 그때마다 당국은 응급처방(통화공급)만 내렸고 결국 외상(시장불안)은 고치는 대신 속병(과잉통화속의 인플레)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 안타까운 전례는 이번에도 8일만에 재연됐다.
지난해엔 통화관리는 실패하고 물가안정은 성공하는 좀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냉정히 보면 행정력으로 잡은 관제물가였다. 불안이 체질화된 국내자금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등락할 때마다 지금처럼 「탄력적으로」 돈을 풀어 과연 어떻게 물가안정을 기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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