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병원서 40여명 전원 극적구출/영안실 모자라… 절도 포화 시신처리고민/일부시민 “건물안보다 추운밖이 더낫다”/생필품가게 장사진 식품 등 순식간 동나○가스폭발우려 긴장
○…전기와 수도, 난방이 끊겨 추위와 공포속에 밤을 지새운 고베시 주민들은 지진 발생 이틀째인 18일 계속되는 여진속에 2만톤짜리 LPG 저장탱크의 폭발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긴급 대피하는등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 잔해속에서 속속 시체가 발굴되고 있는 가운데 니시노미야(서궁)시의 시체안치소에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는 아리요시 유미코(유길유미자·27)씨의 애틋한 모정이 특히 일본인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집에서 참변을 당한 아리요시씨는 발굴 당시 2살난 아들을 엎드려 안은 채 굳어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는데 떨어지는 잔해를 등으로 막은 덕분에 품속의 아들은 상처 하나없는 말짱한 상태로 구조됐다는 것.
○…인명구조를 담당한 고베시 공무원은 『무너진 건물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매몰돼 있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며 작업에 어려움을 표시했다. 그는 『워낙 피해지역이 광범위한데다 장비도 부족, 구조대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틈사이로 매몰된 사람들을 찾으며 「곧 구조해주겠다」는 안심의 말을 전해주는 정도』라고 말한후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안으로부터의 반응도 줄어들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오사카 붕괴현장의 한 여자 매몰자는 TV와의 회견에서 『나는 작은 공간에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안에 갇힌 어머니는 오래 못 버틸 것 같다』며 울먹여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편 40여명의 환자와 간호사가 매몰됐던 시립 서부시민병원 붕괴현장에서는 밤샘 작업으로 매몰자 전원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구조작업 합동대책본부가 차려진 고베시청 청사에는 늦어지는 구조작업과 미진한 사후대책에 불만을 품은 항의 주민들로 북새통. 한 여학생은 『시당국이 지진에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병원에 가도 중상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할 수 없다는 핀잔만 듣고 화장실도 턱없이 부족한데다 경찰은 너무 바쁘다고 붕괴된 건물 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가득 털어놓았다.
○…피해 지역의 병원들은 밀려드는 환자와 사망자 시신들을 처리하는데 한계에 달했다. 가장 피해가 큰 고베시의 경우 전체 1백13개 병원 중 적어도 10개 이상이 이번 지진으로 파괴된데다 약품과 의료장비 식량 전력등 모든 것이 부족해 대부분 X선 촬영이나 수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일반 환자는 아예 받지도 않고 있다.
사망자 시신을 둘 영안실도 포화 상태여서 80개 이상의 절들이 시신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나마 장소가 모자라 시체 둘 곳도 못 찾고 있다.
○해수날라 진화작업
○…단수가 된 고베시등은 급수차를 동원, 한 사람당 20ℓ로 제한하는 물배급제를 실시. 또 식수뿐 아니라 화재진압용수가 부족한 시는 자위대등에 요청, 오사카만의 해수를 헬기로 퍼 날라 진화용으로 쓰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10여만명에 달하는 이재민을 수용하기 위해 고베 시내에는 3백30개소의 임시 대피소가 설치됐다. 이재민들은 학교 강당이나 체육관등 임시시설물에서 담요나 이불등을 뒤집어 쓴 채 생활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수용객이 초과돼 천막 야영을 하기도. 대피소 밖에서 야영을 하고 있던 한 중년남자는 『이제 건물안은 지긋지긋하고 무섭다』며 『춥더라도 건물속으로는 절대로 안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수도와 가스가 끊긴 고베시에는 문을 연 상점마다 인스턴트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전날 지진피해로 문을 닫았던 상점들은 물품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요청에 못이겨 문을 열었다가 순식간에 라면, 음료수등이 동이나고 말았다.
○…일본정부는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인 경우 5백만엔(4천만원)을, 일반가족인 경우 2백50만엔씩 보상키로 했다. 또 가장이 시력을 잃는등 중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2백50만엔을, 일반인은 1백25만엔씩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정치권조 정쟁휴전
○…분당위기를 겪고있는 일본 집권 사회당은 국가적 재앙인 지진피해복구대책에 진력하기 위해 모든 당내 내분을 중단키로 했다고 일본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사회당의 와타루 구보서기장은 『비상사태가 발생한 만큼 당이 한데 뭉쳐야 한다』고 말했으며 연정에 참여한 자민당의 한 측근은 『지금은 정치적 휴전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도쿄·고베=특별취재반>도쿄·고베=특별취재반>
◎끄떡없다던 고속도 폭삭 폭삭/내진설계 기준강화 비상
일본 간사이(관서)대지진으로 한신(판신)고속도로가 무너져내리자 일본건설부는 고속도로내진설계의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교각은 간토(관동)대지진을 일으킨 리히터규모 7.9의 강진에도 견딜수 있는 완벽한 내진설계를 자랑해왔다.
이 때문에 89년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작년1월 로스앤젤레스 대지진 때 고속도로가 무너졌어도 일본의 건설전문가들은 『내진설계기준이 미국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에 일본은 안전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번 지진(진도7.2)으로 일본 고속도로가 사상 처음으로 무너지자 『한신고속도로의 붕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피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칸센(신간선)도 철로변에 설치된 지진계가 일정 진도이상을 감지할 경우 열차가 긴급정지하도록 돼 있으나 이번 사태처럼 교량이 무너질 때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빌딩과 가옥에 대한 내진설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교도(경도)대방재연구소의 이리구라 고지(입창효차)교수는 『긴키(근기)권의 빌딩내진설계는 지진파의 속도가 매초 20로 되어있지만 이번 지진에선 고베 50, 오사카(대판) 30정도였기 때문에 큰 피해가 생긴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화재예방시설및 방화체제도 거의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더욱 확산됐다는 지적이다.
도쿄소방청의 방재과측은 『지금까지 도쿄의 수도고속도로는 주저앉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재해대책을 세웠지만 고베(신호)와 같은 상황이 될 경우를 가정해 새 방안을 수립해야할 형편』이라고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도쿄·고베=특별취재반>도쿄·고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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