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하락세 수출경쟁력 강화에 도움/건설업 호황예고… GNP 더 늘수도 일본은 대지진에 따른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 일본경제 자체는 회복이 의외로 빠를지 모른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상당히 엉뚱한 것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일리도 어느정도 있다. 전망의 근거는 엔화 화폐가치의 하락세 반전, 건설복구사업의 본격화, 주식시장의 건재등 크게 세가지다.
18일 도쿄은행에 의하면 지진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6일 상오8시40분 도쿄외환시장 개장가격으로 엔화는 달러당 98.325엔에 거래가 이루어졌으나 17일상오에는 98.55엔, 그리고 이날 개장가는 98.975엔으로 미국돈에 대한 일본 돈값이 싸졌다. 돈값이 비싸지면(엔고) 국제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게 마련인데 일본경제는 그동안 엔고가 꾸준히 이어지는 바람에 몸살을 앓아왔다.
또 하나는 건설복구 사업. 지진으로 부서진 항만 도로 주택 빌딩등을 새로 건설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판」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일본건설업체들끼리 담합, 외국건설업체들은 따돌리는등 「텃세」가 심해 복구사업에 따른 이익을 일본업체들이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세번째는 주식시장. 지진이 났던 17일에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격인 닛케이지수는 89·85엔 소폭 떨어졌고(하락률 0.46%) 18일에는 하락폭이 더 작아졌다. 한 증권전문가는 『지진에도 불구, 일본 증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특징이라면 건설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건설업 호황으로 일본의 국민총생산(GNP)이 증가, 경제가 성장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는 몰라도 민복차원에서는 이미 만회할 수 없는 손해를 본 상태』라고 말했다.
강진이 휩쓴 간사이지역내 4백50개 은행지점들은 18일에도 문을 열지 못했다. 도쿄에 본사를 둔 주요은행들은 본사와 지점간 중단된 온라인망이 연결되는 대로 영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아래 통신회사와 함께 온라인망 회복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시중은행과 우체국, 증권회사를 비롯한 각종 금융기관들은 중앙은행의 지시에 따라 고객의 인감도장이 없더라도 운전면허증등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으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스미모토은행등은 저리의 주택자금을 융자해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험회사들도 피해가 확인되면 즉각 보험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조치했는데 18일에도 대지진에 따른 피해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상액이 지난해 가을 홋카이도(북해도) 대지진 당시의 지급액인 12억엔을 훨씬 넘어 최소한 2조엔(약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업계는 인명피해가 수천명에 달해 지난 85년 일본항공(JAL) 소속 보잉 747 추락사고 때의 1백11억엔을 크게 능가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으며 단일재해로는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건설성과 운수성은 파괴된 도로 다리 철도 통신시설등 기간시설 복구에 우선적으로 정부예산을 투입한다는 긴급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고베시에는 마비상태에 빠졌던 철도가 18일 아침부터 서서히 운행을 시작했으나 아직도 고베시로 통하는 모든 철도가 중단됐으며 신칸센등 일부시설이 가동되기까지는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인 혼다(본전)기연공업과 도요타등은 이번 지진에 의한 고객들의 피해차량에 대한 무상수리에 들어가는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기업들은 고베항이 부두침하, 균열, 컨테이너·크레이너설비 파손등으로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인근 오사카(대판), 요코하마(횡빈)으로 상품선적의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고베시등 많은 도시들이 정전 단수 통신두절 가스누출등의 사고로 기능이 거의 마비상태에 빠졌다. 도카이도(동해도), 산요(산양) 신칸센(신간선)등 많은 철도, 고속도로를 비롯한 국도들이 고가다리의 낙하나 지반침몰 레일탈선 균열·함몰등으로 여전히 불통상태다.
기간시설의 파괴로 대부분의 공장등이 조업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정전, 공장시설 완파등으로 조업중단이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마쓰시타(송하)전기와 미쓰비시(삼릉)전기의 고베공장이 컴퓨터생산을 이틀째 중단하고 있으며 고베제철소도 가동중인 용광로 3기가 작동중지돼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인명·재산 피해액은 최소한 3조엔(약24조원), 많을 경우 14조엔(1백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관계자는 『3조엔 정도라면 일본 국내총생산의 0.5%에 해당한다』며 『일본경제규모로 보면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도쿄=이재무특파원>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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