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민자당대표의 18일 대구동을지구당 개편대회참석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여당」인 민자당의 현주소를 가장 극명하게 확인시켜 줬다는 느낌이다. 참석여부자체를 놓고 서울에서 벌어졌던 당4역과 그와의 실랑이는 「대표이면서도 대표가 아닌」 김대표의 비정상적인 현 위상을 보여준 사례였다. 김대표는 당4역의 제지에도 불구, 정호용 대구시지부장과 노재헌 위원장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으로 대구행을 강행했다. 당대표를 지구당행사에 가지 못하도록 하위당직자들이 발목을 붙잡는 모습이나, 그것을 악착같이 뿌리치고 기어이 일정을 강행하는 대표의 행동이나 모두 민자당이 아니고서는 보여줄 수 없는 희극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대구까지의 여정도 쉽지는 않았다. 당초 비행기출발 예정시간보다 40여분이 지나서야 간신히 그를 실은 비행기는 대구로 향할 수 있었다. 대구행 비행기가 연결관계로 출발이 늦어지자 이런저런 정치적 농담도 나왔다.
비행기출발을 기다리며 줄곧 공항귀빈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대표 주변에는 10여명의 민자당의원들이 있었지만 분위기는 냉랭하고 서먹서먹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사진발」을 받기 위해서라도 김대표옆에서 서성거렸을 이들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김대표는 이들에게 더이상 「수행」이 아닌 「동행」의 대상에 불과한 듯했다.
대구현지에서도 민자당의 이상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축사를 맡은 김대표 입에서 어떤 말이 흘러나올지 노심초사하는 중앙당당직자들에 아랑곳없이 김대표를 맞이하고 수행한 정호용의원등 TK사람들은 시종 태평스러웠고 김대표는 이처럼 상반된 얼굴들을 즐기는 표정이었다.
이처럼 서로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정치판을 희화화하는 것이 자신의 명분축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기는 듯한 김대표나, 김대표의 언행을 제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속을 끓이는 당직자들이나 모두 답답하고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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