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출연위한 로비로 억대 「돈질」관행 확인/드라마 PD·연기자까지 수사… 파문확대 예상 풍문으로 무성하던 연예인과 방송PD 간의 검은 거래가 경찰수사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방송가의 금품거래가 사실로 밝혀졌고 이들이 일반인도 쉽게 알만한 유명인이란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잠적했기 때문에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MBC 김기덕(46·라디오국PD)씨는 인기 음악프로 「2시의 데이트」를 19년 4개월간 진행한 베테랑 DJ로 영국의 기네스협회에 최장수 생방송 진행자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송창의(42·MBC TV제작국PD)씨 역시 현재 연출을 맡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등 MBC 쇼 프로의 간판PD 역할을 해 왔다. 수사를 본격화시킨 것은 『여자 트롯가수 최모씨의 매니저 백모씨가 방송출연과 인기 차트관리를 위해 4억∼5억원을 뿌렸다』는 소문이었다. 최씨의 노래 한 곡은 특정 방송사를 통해 거의 2년동안 가장 많이 방송된 곡이자, 가요순위 상위권에 가장 오래 머문 곡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방송사 관련PD들이 매니저 백씨에게 항의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기를 얻으려는 가수와 음악프로 담당PD 간의 「악어와 악어새」관계는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다. 신인가수들은 얼굴과 노래를 대중에 알리기 위해, 중견가수들은 밤무대 출연을 위해 방송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방송을 타기 위한 로비를 연예계에서는 「돈질」이라고 한다. 제대로 신인 하나를 스타급으로 만들기까지 억대의 「돈질」이 필요하다는 것은 연예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굳이 스타로 키우지 않더라도 음반을 만드는데 들어간 제작비(최소한 5천만원)를 뽑기 위해 한두 번은 방송이 되어야 한다. 방송을 타지 않는 신보는 아예 창고에 쌓여 있기 십상이다.
중견가수들은 밤무대에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로비를 한다. 방송횟수, 인기차트등이 밤무대에 얼마나 서느냐, 얼마만큼 받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한 달에 2천만원을 투자해 인기순위를 올려 놓으면 1천만원짜리 밤무대 5곳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상당히 「남는 장사」임에 틀림없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관행은 4∼5년을 주기로 사정당국의 눈총을 받아 왔기 때문에 수법과 증거인멸 면에서도 발달돼 있다. 일이 터지면 매니저들은 모두 잠적하고 은행계좌를 빈틈없이 관리해 온 관련PD들은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 이번에 경찰이 은행계좌가 아니라 소유 승용차의 판매영업소를 통해 증거를 잡은 점도 비리의 수법이 발달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금품거래는 이제 드라마PD와 연기자에게까지 확산돼 가고 있다. 이번 수사에는 드라마출연과 관련한 금품수수, 육체적 관계등도 포함돼 있다. 연기자에게는 수억원대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CF 출연료와, 케이블TV등 커지고 있는 매체환경이 유혹이 된다. 스타를 꿈꾸는 연기자들에게 탈법적인 투자를 유혹하는 것이다.<권오현·조재우기자>권오현·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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