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평점 잘해달라” 월말·휴가·명절때 상납/동료직원끼리 돈거둬 연말떡값으로 바쳐/비리 눈감아주고 횡령액 절반씩 나눠가져/고참 품위유지비로 2억2천만원 쓰기도 서울 강남구청 등록세 횡령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특수3부 검사들은 구청 세무 공무원들의 뇌물수수관행에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저었다.
세무과 직원들은 담당구역 지정권을 가진 계장에게 소위 「취약지역」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수시로 뇌물을 안겼고 과장에게는 「근무평정을 잘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월말과 휴가, 명절때마다 상납을 했다.
검찰조사에 의하면 전 강남구청 세무1과 직원 왕약성(45·구속)씨는 92년말 동료직원들에게서 5백만원을 거둬 세무계장 전인관(47·구속)씨에게 「연말 떡값」으로 바쳤다. 세무4계 직원 6명중 주임인 왕씨와 전승표(47·구속)씨가 1백50만원씩, 나머지 8급직원 4명이 50만원씩을 냈다. 1개월남짓 지난 설날을 앞두고도 같은 비율로 2백만원을 걷어 전씨에게 「성의」를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동도 시원찮은데 할당 액수가 너무많다』는 일부 직원의 불만이 터져 나와, 그후에는 각자 「인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왕씨는 검찰에서 『뒷자리에 앉은 계장에게 동료 직원이 다가간 뒤 책상 서랍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면 뒤통수가 간지러워 곧 봉투를 마련해 디밀었다』며 달라진 사무실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왕씨도 직원들을 룸살롱등에 데리고 다니며 세금횡령으로 생긴 목돈중 월 1천만원씩, 2억2천만원을 유흥비로 쓰며 고참으로서 「품위」를 지켰다.
구로구청 공무원들의 행태도 별 차이가 없었다. 세무2계 직원 김용철(45·구속)씨는 세무과 발령 직후인 91년 12월 등록세 영수증뭉치를 집에 들고와 대조작업을 하다가 등기소 통보용 영수증과 은행 통보용 영수증의 액수가 다른 것을 발견, 납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김씨는 세금대납을 맡은 법무사 사무장 김종량(49·구속)씨를 만나 20만원을 받은 뒤 영수증의 이상을 눈감아 주고, 한발 더 나가 사무장 김씨가 차후 횡령하는 세금을 절반씩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김씨도 이후 담당 계장 신태남(54·구속)씨에게 수시로 5만∼50만원을 상납했다. 상납액수가 너무 크면 「많이 먹고 적게 주는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어 액수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김씨는 진술했다.
김씨는 「세무과 개혁」을 표방한 박모감사실장이 세무1과장으로 새로 부임하자 세무2과로 밀려났다. 그러나 1년후 박과장은 한직으로 발령났다. 세무과 직원들은 김씨가 술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해서 얻은 자린데 나를 날리느냐』며 울분을 토했다고 진술, 박과장의 좌천이 김씨의 「작용」에 의한 것임을 시사했다.
세무과 직원들도 비리와 상납으로 연결된 고리에 잘 적응하지 않거나 반발하는 경우 갑자기 담당지역이 이른바 「노른자위 A급지」에서 「취약지구」로 바뀌는등 「자리 쟁탈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