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권택 영화만들기 이청준 소설쓰기 동시작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권택 영화만들기 이청준 소설쓰기 동시작업

입력
1995.01.18 00:00
0 0

◎거룩한 모성애 형상화/홀어머니 모셔온 자신들의 경험 바탕/최근세태에 인간성회복 메시지 전달 영화 「서편제」의 원작자와 영화감독이 어머니를 소재로 거룩한 모성애를 형상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임권택(59)감독과 작가 이청준(56)씨는 사랑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어머니상을 영화와 소설 속에 구현함으로써 인간성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다.

 92년 한국적 한의 정서를 탁월하게 드러내 보였던 「서편제」에서 처음 만난 그들은 패륜과 잔인성으로 얼룩진 근래 우리 사회의 세태가 우리의 참 모습을 잃고 있는데서 비롯됐다는데 공감하고 이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작업은 이씨가 소설을 구상하고 시나리오작가가 이를 대본으로 옮겨 영화만들기와 소설쓰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소설과 영화 두 장르에서 동시작업이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이달말 이씨의 고향인 전남 장흥으로 취재여행을 다녀온 후 구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자기 분야의 중진들이라는 점에서도 작업의 성취여부가 주목된다.

 임감독은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아비가 딸을 성폭행하는 시대에 우리 나이 먹은 이들이 해야 할 일이 뭔가를 의논하다 어머니를 얘기해야 할 때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작업을 벌이게 된데는 같은 전남출신(임감독은 장성, 이씨는 장흥)으로 남도여인들에 대한 정서가 일치하고, 집안의 버팀목인 홀어머니를 모셔왔다는 공통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두 사람은 그 시절의 대다수가 그랬듯이 가난하고 암담한 유년기를 보냈으며 그같은 시절을 인고해온 어머니에 대해 사랑과 그리움, 지난날 잘 모시지 못한데 대한 회한의 감정을 품고 있다.

 임감독은 아직 팔순의 노모를 모시고 있다. 그 노모는 이 땅을 할퀴고 지나간 이데올로기의 비극을 한가운데서 겪은 여인이기도 하다.

 좌익집안이었던 임감독네는 한 때 빨치산이었다가 병사한 아버지 때문에 풍비박산되는 아픔을 겪었고 어머니에게 주어진 고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해 어머니를 여읜 작가 이씨도 어머니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77년 발표한 자전적인 단편 「눈길」에서 그는 가난 때문에 집까지 팔아 넘긴 어머니가 남의 눈을 피해 객지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새벽눈길에 전송하던 모습을 눈물겹게 그려낸 바 있다.

 그는 최근 발표한 장편 「흰옷」의 후기에서 모진 세월이 가져다 준 아픔을 창조적으로 승화해 온 남도 어머니들의 생명력에 대해 긴 찬사를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의 작업이 이뤄질 경우 이 땅의 거룩한 어머니들에 대한 또 하나의 뜨거운 찬가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김경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