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비닐봉투속의 비닐봉투(장명수칼럼:1770)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비닐봉투속의 비닐봉투(장명수칼럼:1770)

입력
1995.01.18 00:00
0 0

 새해부터 시작된 쓰레기 종량제가 빠르게 정착돼 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관급봉투를 사용하는 비율이 90%를 넘어섰고, 쓰레기 배출량도 20∼30%나 줄었다는 보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각자 자기집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분석해 보고, 어떻게든 양을 줄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소득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주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은 종전보다 더 많은 비닐봉투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반가정에서 주로 쓰는 관급봉투는 20ℓ짜리인데, 이 봉투를 채우려면 보통 4∼5개의 일반 비닐봉투가 들어간다. 종전에는 비닐봉투에 쓰레기가 어느정도 차면 묶어서 버렸으나, 관급봉투를 쓰게 된 후에는 올망졸망 여러개의 일반 봉투에 담은 쓰레기들을 모아서 꽉 채운 후 버리기 때문이다.

 종량제가 시행되면 일반 비닐봉투가 필요없을 것 같아서 모아뒀던 것을 다 버렸는데, 오히려 더 많이 쓰게 되어 가게에 갈 때마다 열심히 얻어온다는 주부도 있다. 전체적으로 쓰레기 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관급봉투안에는 썩지 않는 비닐봉투로 싼 쓰레기가 차곡차곡 들어 있으니 마음에 걸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 비닐 봉투를 많이 쓰게 되는 이유는 관급봉투가 약해서 잘 찢어지고, 투명해서 내용물이 비치고, 작은 봉투가 안나와 쓰레기를 모아서 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추워서 쓰레기를 모아둘수 있지만, 날씨가 풀리면 쓰레기가 쉽게 썩으므로 작은 규격의 관급봉투를 만들어 자주 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환경부는 관급봉투가 잘 찢어지지 않게 두껍게 만들고, 썩는 재질로 바꾸겠다고 밝혔는데, 규격도 더 다양하게 해야 한다.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백화점·슈퍼마켓등의 비닐포장과 가전제품등의 스티로폴 포장용기 사용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생선이나 야채등 물기있는 상품을 제외하고는 비닐포장을 금지하고, 무조건 물건을 담아주던 비닐 쇼핑백은 필요한 사람만 가져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비닐 포장을 썩는 비닐로 바꾸고, 쇼핑백은 무료제공하지 말고 판매하여 사용을 줄여 나가야 한다.

 종량제 실시로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의지가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지금 많은 주부들은 재활용 쓰레기를 열심히 분리하여 버리면서도 과연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는지 의심하고, 연 20억장이나 새로 버려지는 관급봉투쓰레기와 그 안에 다시 몇장씩 들어가는 비닐봉투는 어떻게 되는지 걱정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정착돼가는 종량제가 국민의 실망으로 뒷걸음 치지 않도록 허술한 부분을 빨리 보완해 나가야 한다.<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