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도 병원도 폭삭… 밤까지 불길계속/단전·단수속 건물더미마다 비명·시신/최신시설 간사이공항도 마비… 일 자부심 충격 ○…일본 제2의 항구도시인 고베시는 17일 새벽 마치 융단 폭격을 당한듯 일시에 초토화되고 밤새 화염에 휩싸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고베를 비롯한 효고(병고)현 일대를 강타한 강진은 「성인의 날」인 14일부터 계속된 3일간의 연휴끝에 새벽단잠에 빠져있던 주민들을 덮치며 전후 최대의 자연재앙피해를 냈다.
○곳곳서 “사람살려라”
호텔을 비롯한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곳곳에서 도시가스관이 터져 수십의 불기둥이 치솟았으며 「사람 살리라」는 비명소리가 그치지 않는 아비규환을 이루고있다. 도심의 붕괴된 두채의 5층건물을 비롯한 건물잔해속에서는 낮동안 계속된 구조작업에도 불구, 아직도 2백여명이 매몰돼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있다. 유서 깊은 이쿠다(생전) 신사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하늘을 가린 검은 연기속에 싸여있는 시내 곳곳에는 주변 건물의 깨진 벽돌조각과 유리조각들이 널려있는 가운데 담요로 감싼 피투성이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가족과 친지의 안위를 걱정하며 울부짖고있다. 채 1분이 안된 자연의 대재앙은 도시의 3분의 2가 파괴됐던 2차 세계대전 직후의 고베시로 되돌려놓고 말았다.
○…지진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전기와 전화, 수도가 끊겼으며 가스누출로 인한 화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피해가 계속 속출하고있다. 불은 시내 중심부 7개 블록을 완전히 삼킨후에도 밤중까지 타올라 정전으로 암흑에 싸인 고베시를 화마처럼 붉게 물들였다. 또 소방장비및 인력이 크게 부족, 진화는 엄두도 못내는 가운데 중심가의 대형 쇼핑센터가 전소된 것을 비롯해 1백여채가 밤새 불타며 걷잡을 수 없이 번져 피해가 늘고있다.
○구급차·혈액 모자라
고베시에는 난방은 물론 식수마저 단절돼 학교 체육관등 임시시설물에 수용된 주민들은 영하의 추위와 공포속에 밤새 떨어야했다.
○…오사카(대판)와 고베를 잇는 한신(판신) 고속도로를 비롯, 곳곳의 도로가 가라앉고 끊겼으며 철로가 엿가락처럼 휘어 열차 탈선이 잇따라 모든 운송망이 일시에 마비됐다. 특히 고베시내를 가로지르는 한신고속도로의 고가차도는 3군데가 동강난채 옆으로 누워버려 질주하던 트럭과 승용차 50여대가 잇따라 고가다리 밑으로 추락했다. 상판이 분리된 고가도로위에는 고속버스의 앞바퀴가 빠진채 아슬 아슬하게 걸쳐있어 위기의 순간을 보여주고있다. 시내 한큐이탄(판급이단)역은 역사 전체가 무너졌으며 전철도 완전히 불통됐다. 또 최소한 7곳에서 열차가 탈선, 적어도 2명이 숨지고 신간센(신간선)과 일본국철(JR)등 대부분의 철도가 두절됐으며 효고현을 중심으로 간사이(관서)고속도로를 비롯한 도로망의 통행이 중단됐다.
○…아시아 최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며 최근 문을 연 오사카만(만)의 간사이국제공항도 지진으로 연료 재급유시스템 가동이 중단돼 국내외선의 운항이 전면 취소됐다. 인근의 오사카 국제공항도 정상적인 업무가 이뤄지지않아 일본의 전체 항공망이 마비상태이다.
○…자위대원및 소방관 경찰 주민들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에 최선을 다하고있으나 장비와 인력이 태부족한 실정이다. 구급차가 모자라는 병원들은 『부상자를 승용차로 병원에 옮겨달라』고 주민들에게 협조를 구하고있으며 부상자들이 복도까지 들어찬 병원에는 부족한 혈액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헌혈을 호소하고있다.
○…동부 니시노미야(서궁)에서는 수십동의 아파트가 한꺼번에 주저앉아 수많은 사람들이 압사했다. 효고(병고)현 아시야(호옥)시에서는 72채의 가옥이 파괴돼 약 2백여명이 건물더미속에 갇혀 있으며 진앙지인 아와지시마(담로도)는 1백여채의 가옥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최소한 사망자 20여명을 포함해 50여명이 매몰되는등 원폭(원폭)의 중심지같은 처참한 몰골로 변했다.
○보험금 사상최고전망
○…고베시내의 무너져내린 시립 서부시민병원에서는 생존자를 찾기위한 구조작업이 밤새 펼쳐졌다. 강진으로 붕괴된 7층짜리 병원에는 약 40명의 환자와 간호사가 생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까지 20여명이 구출됐다. 그러나 현장의 전기마저 끊겨 자체전등을 이용해야하는등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구조대원들은 전했다.
○…이날 대지진에 따른 피해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지진관련 보험금 지급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 같다고 업계 관계자들이 전망.
생명보험 관계자들은 이번 지진에 대한 보상액이 단일재해로는 2차대전 이후 최대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 지금껏 최대규모의 보험금 지금액은 지난85년 발생한 일본항공(JAL) 소속 보잉 747 추락사고 당시의 1백11억엔이다.<고베(신호)=이창민특파원>고베(신호)=이창민특파원>
◎“생전 첫경험… 세상이 끝나는듯 대비도 못해… 폭격보다 무섭다”/“악몽순간” 생존자 체험담
긴키(근기)대지진은 오랜 구조활동을 펼친 소방대장조차 「생전 처음 경험하는 최대 규모」라고 할 정도로 강력했다. 생존자들은 「세상이 끝나는 것」같던 지진체험을 털어놓으며 악몽의 순간을 되뇌었다.
진앙지였던 아와지시마의 한 노파는 『보이는 모든 세상이 흔들려 피할 곳도 없었다』며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겁에 질린 채 바닥에 주저 앉아 공포에 떠는 일이었다』고 말하며 자연앞에 무력한 인간의 존재를 상기시켰다. 건물에서 잠옷 차림으로 빠져나온 한 고베시 주민은 『집안의 TV와 가구, 주방식기등이 모두 바닥에 떨어지고 깨져 발 디딜 틈 조차 없었다』며 『그래도 목숨은 건졌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년의 남자는 『진동 때문에 다리를 주체할 수조차 없었다』며 『이런 경험은 생애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지진순간 땅이 꺼지며 「뻥」하는 폭발음이 크게 나 정신을 잃은 사람도 많았다.
아시야시의 사와다(택전경생·63)씨는 『가족 3명이 2층에서 자고있었는데 지진으로 1층이 무너져 침실이 땅과 접해있었다』고 밝히고 『만약 1층에서 잤더라면 일가족이 몰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노인은 『2차 세계대전중 고베에 퍼부어 졌던 폭격은 대비라도 했는데 지진은 예측도 못해 더 무서웠다』며 『살아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손을 모았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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